“대통령 말뜻 대체 뭐가 뭔지 통역 없이 어디 알아듣겠나”

  • 입력 2006년 12월 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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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3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홀에서 열린 제43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영상물이 상영되는 동안 생각에 잠겨 있다. 석동률 기자
노무현 대통령이 3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홀에서 열린 제43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영상물이 상영되는 동안 생각에 잠겨 있다. 석동률 기자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 및 탈당 관련 발언이 날마다 달라져 정치권과 국민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국무회의에서 “임기를 다 마치지 않은 첫 번째 대통령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며 임기 중 사퇴를 시사하는 듯한 발언으로 온 나라를 경악하게 했다. 하지만 29일 전남 무안군을 방문한 자리에서 “노무현 당신 임기 얼마 안 남지 않았느냐(고 물을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며 국정에 의욕을 보였다.

당적과 관련해서도 28일엔 “만일 포기해야 하는 상황까지 몰리면 임기 중에 당적을 포기하는 네 번째 대통령이 될 것이다”며 탈당할 것 같은 뉘앙스를 풍겼다.

그러나 30일엔 “열린우리당 당적을 유지하는 게 당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면 그렇게 할 것이고, 탈당을 하는 것이 당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했다.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조차 원색적인 불만이 쏟아졌다. 한 초선 의원은 “어떻게 대통령이 어제 한 말과 오늘 한 말이 다르고, 이 사람 만나 한 말과 저 사람 만나 한 말이 다르냐. 통역 없이 어디 알아듣겠냐”고 했다.

노 대통령은 과거에도 납득할 만한 설명 없이 말과 태도를 바꾼 적이 여러 번 있다.

북한 핵 실험 직후인 10월 9일엔 “포용정책은 궁극적으로 포기할 일은 아니지만 상황이 바뀐 것이 사실”이라고 했지만 다음 날인 10일엔 “포용정책이 핵 실험을 가져왔다고 하는데 인과관계를 따져봤으면 한다”고 전혀 다른 뉘앙스의 말을 했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노 대통령은 다른 사람이 자신의 말에 대해 해석하는 것에 대해 늘 ‘왜 잘 이해 못하고 왜곡할까’라고 괘씸해한다”면서 “대통령 개인적 차원에서는 일관성이 있을지 모르지만 외적 차원에서는 일관성이 결여된 심리상태”라고 지적했다. 청와대 참모들이 전하는 말과 바깥에 있는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해석이 다른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게 황 교수의 분석이다.

하지현 건국대 의대 신경정신과 교수는 “노 대통령은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볼까 하는 것에는 신경도 쓰지 못할 만큼 자기 자신의 세계에만 몰두해 있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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