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지원 끊겨…北, 사상 최악 ‘핵겨울’ 예고

  • 입력 2006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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核구호 요란한 평양거리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한 지 한 달 반이 지난 25일 평양 시내의 한 건물에 ‘핵보유국의 당당한 긍지와 자부심’을 갖자는 붉은색 구호판이 내걸려 있다. 연합뉴스
核구호 요란한 평양거리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한 지 한 달 반이 지난 25일 평양 시내의 한 건물에 ‘핵보유국의 당당한 긍지와 자부심’을 갖자는 붉은색 구호판이 내걸려 있다. 연합뉴스
핵실험 여파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문이 채택되는 등 대북제재가 본격화하면서 국제사회의 지원이 대폭 감소해 경제난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북한은 어느 해보다 추운 ‘핵(核)겨울’을 보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북한 당국은 식량난과 전력난에 대한 우려로 겨울나기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연일 핵실험 성공을 대대적으로 선전하며 주민 단속에 나서고 있다.

▽‘자력갱생’과 ‘핵보유국’ 선전=최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산업현장 등을 시찰하며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핵겨울’에 대비하고 있는 것이란 분석이다.

김 위원장은 이달 들어 6일 강원도 원산목장 시찰에 이어 11월12일부터 14일까지 함흥시 용성기계연합, 흥남비료연합기업소, 함흥화학공업대 등 함경남도 산업현장을 시찰했다.

이는 300여만 명이 아사(餓死)한 것으로 알려진 ‘고난의 행군’ 때였던 1998년 1월 김 위원장이 6일간 자강도를 방문해 ‘자력갱생 강행군’ 정신을 강조했던 것과 무관치 않다.

특히 북한 당국은 이 같은 경제난으로 우려되는 주민 동요를 막기 위해 핵실험 성공을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등 내부 단속에 나서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23일 “군대를 우선시하는 이른바 ‘선군정책’을 취해 온 결과 북한은 핵클럽 회원국이 됐다”고 선전했다. 평양 시내 주요 길목 19곳에 핵실험 성공을 축하하는 입간판이 일제히 설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식량난, 전략난이 심각해지면 올겨울 국경지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탈북자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가중되는 식량난과 전력난=북한은 올해 7월 최대 5만 명이 숨지고 150만 명의 이재민을 낳은 심각한 홍수피해와 유엔 안보리 결의 등 대북제재 강화로 식량사정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경제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의 연간 식량소요량은 650만 t이지만 자체 생산량은 450만 t에 불과해 북한은 매년 200만 t가량의 식량을 해외 원조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7월 북한 미사일 발사 이후 한국이 50만 t에 달하는 대북 식량 지원을 유보하는 등 대북 식량 지원량이 급감해 올 북한 식량이 150만 t 이상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세계식량계획(WFP)의 장피에르 드 마르주리 평양사무소 대표는 “북한이 향후 몇 개월은 이번 가을에 수확한 식량으로 버틸 수 있겠지만 보유 식량이 고갈되는 내년 4월부터 시작되는 춘궁기는 길고 혹독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력난 역시 핵실험 이후 매년 55만 t의 원유를 공급하는 중국이 20%가량 원유 공급을 감축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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