黨-靑 ‘전효숙 카드’ 접을듯

  • 입력 2006년 11월 2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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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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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이 60여 일 동안 계속돼 온 헌법재판소장 공석 상태를 매듭짓기 위해 전효숙(사진) 헌재 소장 후보자의 자진사퇴나 지명철회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22일 알려졌다.

청와대는 정치권 등의 여론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쳐 여야 간 협상 시한인 29일을 전후한 시점에 이를 공식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여권의 한 핵심 인사가 전했다. 여야는 29일까지 전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 문제를 논의하되, 30일 이후 처리하는 것으로 합의한 상태다.

이 인사는 “열린우리당은 물론 청와대 참모진도 현실적으로 ‘전효숙 카드’를 더 밀어붙이기 어렵다는 데에 공감대가 이뤄져 있다”며 “청와대 내에서 자진사퇴나 지명철회 등 다각적인 방안을 실무적으로 검토하고 있고, 노무현 대통령이 결단을 내릴 수 있는 모양새를 갖추는 일만 남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전 후보자도 자신의 문제가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되는 것을 원치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미 전 후보자가 몇 차례 청와대 쪽에 거취 문제에 관해 의견을 전달했으나 청와대 쪽에서 ‘기다려 달라’고 한 것으로 들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여권 인사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당사자인 전 후보자, 국회통과 문제를 풀어야 할 열린우리당, 청와대 참모진 등이 모두 한 방향의 의견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여권이 이처럼 전 후보자를 계속 밀어붙이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꼬인 정국을 풀기 위해 피할 수 없는 선택으로 풀이된다.

여야가 전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29일까지 계속 협의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29일이 지나도 임명동의안이 합의 처리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이미 “더는 전 후보자 문제를 이대로 끌고 갈 수 없다”며 임명동의안 처리를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내부적으로 굳힌 상태다.

더구나 이재정 통일부 장관 내정자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되면서 통일부 장관 임명이 12월로 넘어갈 가능성까지 있어 전 후보자 문제가 계속 표류할 때에는 여야 대치가 심화될 수밖에 없다.

설령 우여곡절 끝에 전 후보자가 헌재 소장에 임명된다고 해도 제대로 직무를 수행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헌재에 사립학교법 위헌 헌법소원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이 계류 중이고, 자칫하면 사안마다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 직면할 수 있다.

전 후보자를 헌재 재판관 직에서 사퇴하도록 한 뒤 헌재 소장 후보자로 지명했다가 위헌 시비가 일자 다시 헌재 재판관으로 지명한 것 역시 차기 대통령의 재판관 임명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논란에 휩싸인 것도 여권이 전효숙 카드를 계속 밀어붙이기 어려운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권 내에서는 전 후보자 문제를 꼬이게 한 청와대 참모진의 인책론도 거론되고 있다. 이번 사태가 헌재 소장까지 염두에 뒀던 전 후보자 개인은 물론 임명권자인 노 대통령에게 적지 않은 타격을 주었다는 점에서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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