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말 盧정부, 권력지도가 달라진다

  • 입력 2006년 11월 21일 02시 56분


《정가와 관가에선 요즘 ‘부마그룹’이란 말이 회자되고 있다. 최근 노무현 정부의 핵심 포스트에 부산고와 마산고 출신을 비롯한 영남권 인사가 여럿 기용되자 이들을 부마그룹이라 부르며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노 대통령의 임기가 1년여 남은 상태에서 현 정부의 권력지도에 미묘한 변화가 일고 있음을 보여 주는 사례다. 대통령 참모진의 역학관계도 변화하고 있고, 공직사회에서는 대통령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이른바 ‘코드 관료’의 형성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국가정보원 첫 내부 승진 케이스인 김만복 국정원장 내정자는 부산고를 나왔다. 그와 함께 국정원장 3배수 후보에 올랐던 이종백 서울고검장도 김 내정자의 부산고 후배다. 이 고검장은 노 대통령의 사법시험 동기다.

국정원장 내정 발표 직후 이뤄진 군 인사에서 육군참모총장에 오른 박흥렬 대장도 부산고 출신이다.

그런가 하면 외교통상부 장관에 내정된 송민순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은 마산고를 나왔다.

공교롭게도 최근 이뤄진 외교안보 분야 관련 인사에서 부산고와 마산고 출신이 잇따라 수장에 오르자 정부의 고위 관계자들은 “부마그룹이 현 정부의 남은 임기 동안 외교안보 분야의 중책을 맡게 됐다”고 말하고 있다.

이들 외에도 변양균 대통령정책실장, 김성진 해양수산부 장관, 안경환 국가인권위원장 등이 부산고 출신이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부소장을 겸하고 있는 이수훈 동북아시대위원장은 마산고를 나왔다.

이들은 전통적인 노 대통령의 부산 인맥과는 출신 배경이 다소 다른 사람들이다. 노 대통령이 야당 생활을 할 때부터 맺은 부산 인맥은 대부분 재야 혹은 운동권 출신이다.

문재인 대통령정무특보(전 민정수석비서관)와 이호철 국정상황실장이 과거 부산 인맥의 핵심이다. 이들 전통적인 부산 인맥의 계보는 전해철 민정수석비서관과 노 대통령의 386 참모인 정윤재 의전비서관, 최인호 국내언론비서관 등 부산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번 인사로 노 대통령의 부산 인맥이 재야 및 운동권 출신 인사의 틀을 넘은 관계로까지 훨씬 두터워진 셈이다. 또 마산 출신 인사들까지 합류하면서 이른바 부마그룹을 형성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이들이 노 대통령의 임기 말 국정운영에 대해 자문에 응하면서 파워그룹으로 기능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특히 마산 출신 인사들의 정권 핵심 부상에는 마산고 출신의 A 씨가 막후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노 대통령은 A 씨와 가끔 만나 외교안보 분야에 관한 조언을 듣는 것으로 알려졌다.

■ 한때 ‘실세장관’ 정치인들은 ‘당 복귀후 대통령과 거리두기’

한때 여당과 정부 청와대 실세의 비공식회의체인 ‘11인 회의’를 주도하며 ‘권력’을 행사했던 정치인 출신 국무위원들이 막상 당에 복귀한 뒤에 노무현 대통령과 거리를 두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04년 8월부터 가동된 ‘11인 회의’(당초 8인 회의에서 지난해 11인 회의로 개편)에는 당시 이해찬 국무총리, 정동영 통일부, 김근태 보건복지부,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이 참석했고, 지난해 8월부터는 천정배 당시 법무부 장관도 동참했다. 그러나 올해 3월 이 전 총리가 골프 파문으로 낙마하면서 사실상 11인 회의는 유명무실해졌고 이들도 모두 열린우리당에 복귀했다.

이들의 당내 입지는 썩 좋은 상황이 아니다. 2월 전당대회에서 당의장에 선출된 정동영 전 장관은 올해 5·31 지방선거의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났고, 김근태 전 장관이 뒤를 이어 당의장을 맡았지만 정계개편의 소용돌이 속에서 당내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천정배 전 장관은 당에 복귀한 뒤 ‘통합신당 전도사’로 변신했다.

이들은 “열린우리당 창당은 실패했다”거나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다”고 말하며 노 대통령과 대립 각을 세우고 있다. 다만 이 전 총리는 10월 대통령정무특보로 임명된 뒤 노 대통령을 옹호하는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