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내정자는 한미동맹에 대해서도 “긴밀한 양자 간 협력은 필요하지만 그것이 우리의 국가적 운명을 결정하는 데 방해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역시 이해하기 어렵다. 그가 생각하는 ‘국가적 운명’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 수 없으나 혹시 ‘남북에 의한 통일 자주정부의 수립’이라면 지금 그것이 가능하겠는가. 핵을 가진 북과의 평화적 공존을 한미동맹보다 중시한다면 관념에 빠진 얼치기 통일 지상주의자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다.
▷그는 성공회 신부 출신의 정치인으로 북한을 깊이 연구한 적도, 북과 직접 상대한 적도 없다. 재야 시절 통일운동을 했다지만 통일 문제의 전문가라고 할 수는 없다. 차라리 모르면 배우려는 겸허한 자세라도 갖게 되고, 그만큼 실수도 줄어드는 법이다. 통일부 장관이 결코 만만한 자리가 아닌데도 ‘선무당 사람 잡는다’고 어설프게 아는 사람들이 사고를 치기 쉽다.
▷학계에서 북한 전문가로 인정받았던 이종석 현 장관도 임기 중 뭐 하나 제대로 이룬 게 없을 만큼 고전(苦戰)을 면치 못했다. 통일부 장관이라는 자리가 그저 북한만 쳐다보며 큰 틀의 국익(國益)외교에 무신경해도 좋을 자리는 아니다. “북-미관계 정상화를 미국이 왜 외면하는지 의문”이라는 이 내정자가 외교 안보 정책의 한 축이 될 수 있을 지 의구심이 든다. 17일 열리는 국회 인사청문회가 주목된다.
한 기 흥 논설위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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