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돈세탁-위폐 물증 찾은듯

  • 입력 2006년 11월 9일 03시 01분


코멘트
미국은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의 북한 계좌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 북한이 자금 세탁과 위조지폐 유통 등의 불법행위를 저지른 단서를 적지 않게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8일 방한한 로버트 키밋(사진) 미 재무부 부장관과 만난 뒤 “미 재무부가 BDA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 짓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북한의 불법행위와 관련된) 여러 가지 증거들이 많이 드러난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키밋 부장관은 이날 외교통상부에서 천영우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BDA은행 조사 문제를 협의한 뒤 “북한과는 3월 뉴욕의 북-미 접촉 연장선상에서 (금융제재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3월 뉴욕 접촉에서 북한은 △북한의 위폐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북-미 간 비상설협의체 구성 △미국 내 은행에 북한 계좌 개설 허용 △위조지폐 감식을 위한 미국의 기술 지원을 요청했으며 미국은 북한이 먼저 아시아태평양 자금세탁방지기구(APG)에 가입할 것을 요구해 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당국자는 또 “6자회담이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더라도 금융제재 실무그룹 협의는 평양이나 워싱턴에서 열릴 수도 있다”고 말해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 문제를 논의하게 될 북-미 실무그룹 협의 장소는 6자회담이 열리는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선정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앞서 7일 일본을 방문해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외상과 회담한 키밋 부장관은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가 북한의 위조달러 제조 등 불법행위를 중단시키기 위해 직접 북한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며 “재무부 주도로 북한과 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화가 실현되면) 북한이 미국 등 다른 국가의 법률을 지키는 행동을 할지를 논의하겠다”며 불법행위의 중단을 촉구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불법행위의 내용으로는 위조달러 제조와 담배 밀수, 핵무기 제조기술의 조달 등을 들었다.

키밋 부장관의 언급으로 볼 때 미국은 북한이 불법행위 중단을 확약하지 않더라도 6자회담과 별도의 무대에서 양자(兩者)대화에 응하는 자세를 보임으로써 금융제재 해제 협의와 6자회담을 사실상 분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이 신문은 풀이했다.

이는 6자회담 안의 금융제재 실무협의가 삐걱거리다 6자회담 자체가 좌초할 가능성을 미국이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