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세직]국가안보에 ‘설마’는 없다

  • 입력 2006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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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안보에 관한 한 ‘설마’란 있을 수 없다. 안보에는 완벽한 대비만이 있을 뿐이다. 북한 핵이라는 위기를 맞아 국내에 ‘대비’보다는 ‘설마’에 더 의존하는 듯한 분위기가 만연한 것 같아 안타깝다. 국가안보에 있어서 유비무환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진리이다. 전쟁 가능성이 몇 만분의 1일지라도 대비하는 것이 안보의 기본 원칙이다. 설마나 요행을 바라면 반드시 화를 자초한다.

북한의 핵무장은 재래식 무기 체계를 순식간에 무력화한다. 재래식 무기를 아무리 잘 운용해도 핵무기에 대응할 방법은 없다. 따라서 북한의 핵무장은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막아야 한다. 정부는 아직까지 확고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웃 일본은 독자적 제재에 착수하는데 당사자인 한국정부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미온적이며 수동적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정부는 남에서 북으로 흘러들어가는 현금과 물자를 차단하도록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사업, 그리고 대북지원을 당장 중지하고 핵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유보해야 한다. 북한주민의 식량문제 해결과 아사자 방지를 위한 인도적 지원이 가장 비인도적인 핵무기 개발로 되돌아왔기 때문이다. 정부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입증할 근거가 없다’고 하지만 북한의 경제규모를 보면 삼척동자도 금방 유추할 수 있다. 손바닥으로 눈을 가리고 태양이 없다는 식의 궤변이며 국민을 기만하는 잠꼬대 같은 소리다.

대다수 국민은 실패한 햇볕정책의 수정을 원하고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나 기타 군사적 용도로 사용될 물자, 자금의 이전을 금지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르기를 바란다. 우리는 국제질서를 바로잡는 유엔 결의를 존중하고 협조할 의무를 갖고 있다.

한국은 정부 수립과 6·25전쟁에 이르기까지 유엔 활동의 가장 큰 수혜국이었다. 미국과 유엔의 개입이 없었다면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있었겠는가. 한국은 유엔 결의 1718호에 참여해 힘을 실어주고 미국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적극 동참해 유엔 회원국과 동맹국으로서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

공산주의자나 절대전제주의자는 약한 자에게 강하고 강한 자에게 약한 속성을 갖고 있다. 1938년 9월 체임벌린 영국 총리는 독일이 체코를 침공하지 않겠다는 히틀러의 위장 약속을 믿고 유화정책을 폈다가 제2차 세계대전을 막지 못했다. 반면 1962년 케네디 미국 대통령의 단호한 대소련 정책은 쿠바에 탄도미사일 기지를 건설하려던 소련의 의도를 좌절시켰다. 1980년대 레이건 미국 대통령은 소련의 팽창주의에 결연히 대처해 소비에트연방의 붕괴를 이끌어 냈다.

역사적 교훈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유엔 미국 그리고 주변 당사국과 함께 북한이 핵무기를 완전히 폐기할 때까지 강력한 집단안보체제를 형성해 북한에 압박을 가해야 한다. 국가안보에는 오직 힘만이 있을 뿐이다. 전쟁은 힘으로 막아야 하고 평화도 힘으로 지켜야 한다.

일각에서 ‘그러면 전쟁하자는 것이냐?’는 주장은 북한의 협박 전략에 편승하는 패배주의다. 궁극적으로는 나라를 수령 독재체제 밑으로 조국을 함몰시키는 매국행위로 역사적인 준엄한 심판과 책임을 면치 못함을 깊이 명심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위기에서 나라를 구한 이순신 장군의 필사즉생(必死則生)의 신념으로 무장해야 할 때다.

박세직 대한민국재향군인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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