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의 핵 공갈, 국제공조로 핵 제거해야 끝장난다

  • 입력 2006년 10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북한은 그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담화를 통해 한국이 대북 제재에 동참할 경우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협박했다. ‘핵 공갈’이 드디어 시작된 것이다. 앞으로 더한 위협도 예상된다. 자칫하다가는 우리 국민 모두 영원히 북핵 공포의 인질로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긴밀히 공조해 그런 파국적 상황을 막아야 한다. 핵 공갈의 대가는 김정일 집단의 자멸뿐임을 알게 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북핵을 제거하지 않고는 저들의 협박을 끝장낼 수 없다.

북은 담화에서 “남조선 당국이 끝내 제재 압살책동에 가담한다면 6·15공동선언에 대한 부정으로, 동족에 대한 대결 선언으로 간주해 해당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오늘의 위기가 자신들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에서 비롯된 것인데도, 한마디 사과도 없이 오히려 최대 피해자인 남측에 뒤집어씌우려 한다. 우리가 어쩌다가 이런 수모까지 당하게 됐는가. ‘우리 민족끼리’에 부화뇌동해 퍼 주기와 감싸기에만 급급했던 정권이 스스로 부른 일이다. 핵실험 후에도 유엔의 제재에 딴죽이나 걸면서 북의 눈치를 보고 있으니 이토록 만만하게 여기는 것이다.

북의 핵실험 다음 날인 10일 전군(全軍)주요지휘관 회의에서는 북핵 사태를 심각하게 판단하고 초강경 대응을 검토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대응 방안을 정책에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이 같은 사실은 그제 본보가 입수한 회의자료를 통해 드러났다. 서울이 20kt의 핵 공격을 받게 될 경우 113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폭발 24시간 안에 서울 전역과 경기 안양시까지 방사능에 오염된다는 군의 모의실험 결과도 정부는 국민에게 알리지 않았다. 정부는 북의 핵실험으로 대기 중에 누출된 방사성 물질을 남한 지역에서도 검출했지만 ‘안보사항’이라며 검출지역과 검출량을 끝내 밝히지 않고 있다. “국민이 불안해 할까 봐서”라고 하지만 위기의 실상을 감추고 오도(誤導)하는 정부야말로 국민을 불안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정부 대응 능력의 총체적 마비가 참으로 걱정스럽다.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 문제와 대북 포용정책 지속 여부를 놓고도 외교통상부와 통일부의 생각이 달라 갈피를 잡기 어렵다. 노무현 대통령은 침묵 중이고, 관련 부처는 온통 외교안보팀 개편 인사에 관심이 쏠려 있다.

책임 있는 정부라면 국가의 존립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이런 식으로 대처하지는 않는다. 대통령부터 위기 요인을 제거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야 하고, 관련 부처와 기관들은 잘 맞물린 톱니바퀴처럼 빈틈없이 돌아가야 한다. 노 대통령은 헌법에 명시된 국군통수권을 강조하며 전시작전통제권 단독행사만 고집했지, 당장 발밑의 위기상황 대처에는 미더운 모습을 전혀 보여 주지 못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북의 협박에 대해 “(한국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5개국의 의지를 시험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확한 진단이다. 북에 우리의 단호한 의지를 보여 줘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