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 의심선박’ 정보 한국에 제공 안해

  • 입력 2006년 10월 2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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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홍콩 항구에 억류된 북한 700t급 화물선 강남1호. 선장은 “우리는 동남아를 다니는 일반 화물선일 뿐”이라고 항변했다. 홍콩=AFP 연합뉴스
23일 오전 홍콩 항구에 억류된 북한 700t급 화물선 강남1호. 선장은 “우리는 동남아를 다니는 일반 화물선일 뿐”이라고 항변했다. 홍콩=AFP 연합뉴스
미국의 정보 당국은 2003년 5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이 실시되면서 본격적으로 국립지리우주정보원(NGA)의 위성 영상 정보 등을 활용해 핵물질이나 군사 장비를 운반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의 선박을 추적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보 당국의 북한 선박에 대한 감시 결과는 PSI를 담당하는 미 국무부 군축 및 국제안보 담당 차관에게 전달돼 PSI 정책에 활용된다. 또 미 국방부 측에도 전달돼 북한 선박 검문 검색 활동에 직접 투입되거나 대비하기 위한 군함의 활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미국 정부는 PSI 참여국들과는 충분한 정보 공유를 하고 있으나 한국 정부가 앞으로도 PSI에 정식 참여하지 않으면 의심스러운 북한 선박과 관련한 정보 공유 라인에서 계속 소외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 국방부와 국무부의 합동작전=이번에 홍콩 당국의 검문을 받은 북한의 화물선 강남1호가 22일 홍콩에 도착하기 하루 전 미국 정부가 프리깃함 게리호를 홍콩항에 정박시킨 것도 미 정보당국과 국무부 국방부의 긴밀한 협조체제의 결과다.

미 국방부는 북한 선박에 대한 검문이 이뤄지는 장소 근처로 군함을 이동시켜 물리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에 대비하고 국무부는 북한 선박이 입항하는 국가의 정부와 접촉해 검문 검색을 요청하는 것이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지난 주말 홍콩을 방문해 강남1호가 홍콩항에 입항할 경우 검문이 필요하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홍콩 해사처는 “이번 검문에 미국 측 요청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엄밀하게 따져 강남1호에 대한 홍콩 당국의 검문 조치는 PSI에 따른 것은 아니다. 중국은 PSI에 참여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중국령인 홍콩 역시 PSI 활동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

한국 정부 당국자는 “미국은 홍콩 당국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문에 따라 강남1호에 대한 검문을 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선박 검색은 PSI의 ‘맛보기’ 성격을 띠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미국이 한국의 PSI 참여 압박 강도를 높이는 상황에서 향후 북한 선박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PSI 시스템이 가동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 것.

월스트리트저널은 23일 “(북한 선박에 대한) PSI의 키를 쥔 한국과 중국이 주저하고 있고, 일본도 자국법 문제로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정보 공유 라인에서 제외=미국은 과거에 군사 장비를 운반한 전력이 있는 북한 선박이 20일 남포항을 떠나 한국 인근 공해상을 지나가는 것을 계속 감시하면서도 한국 정부에 정보를 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는 미국 언론이 이에 대한 보도를 한 뒤 미국 정부에 문의해 사실관계를 파악할 수 있었다는 것.

또 미국은 홍콩에 억류된 북한 선박 강남1호에 대한 정보도 한국 정부와 공유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정부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국내외 언론이 이 배에 대한 미국의 감시활동을 보도한 뒤에야 미국과 접촉해 자세한 정보를 확보했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PSI에 정식 참여하는 게 중요한 가장 큰 이유는 선박에 대한 직접 검색 및 나포 활동에 참여하는 것보다 PSI를 주도하는 미국과 PSI 참여국 간에 공유하는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는 데 있다”고 말했다.

만약 한국이 PSI에 정식으로 참여하고 있었다면 미국이 강남1호 등 감시 중이거나 검문 검색 대상으로 지목한 북한 선박에 대한 정보를 미리 얻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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