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에는 핵”…美 한반도 유사시 전술핵 배치 가능성

  • 입력 2006년 10월 20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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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합참의장 의장대 사열 한미 군사위원회(MCM)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18일(한국 시간) 미국 워싱턴 국방부를 방문한 이상희 합참의장(가운데)이 피터 페이스 미 합참의장과 함께 의장대를 사열하며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군사위원회에서는 북한 핵실험과 관련한 군사 공조 방안,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목표시기 등이 논의됐다. 워싱턴=연합뉴스
한미 합참의장 의장대 사열 한미 군사위원회(MCM)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18일(한국 시간) 미국 워싱턴 국방부를 방문한 이상희 합참의장(가운데)이 피터 페이스 미 합참의장과 함께 의장대를 사열하며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군사위원회에서는 북한 핵실험과 관련한 군사 공조 방안,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목표시기 등이 논의됐다. 워싱턴=연합뉴스
《한국과 미국이 19일 제28차 군사위원회(MCM)에서 미국의 핵우산 공약을 구체화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대북 군사전략의 중대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또 전시작전통제권의 환수 시기를 2012년으로 하자는 한국의 거듭된 요구에 대해 미국은 2009년 이양안을 고수해 북한 핵실험으로 촉발된 안보 불안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핵우산 공약의 구체화=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MCM의 ‘전략지침’에 따라 버웰 벨 한미연합사령관은 유사시 한반도에 전개될 구체적인 핵전력 계획을 작성해야 한다. 전략지침은 중대한 군사현안이나 조속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군사적 상황이 발생했을 때 한미연합지휘체계에 따라 한미연합사령관에게 하달되는 ‘군사명령’이다.

이에 따라 1978년부터 매년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의 공동성명을 통해 ‘미국은 한국에 핵우산을 제공한다’고만 발표해 온 ‘상징적 공약’이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군사조치’로 가시화된다.

핵우산의 구체적 보장 조치로는 북한의 전면 남침에 대비한 작전계획(OPLAN) 5027을 수정, 보완하는 방안이 꼽힌다. 재래전 위주로 작성된 현행 작계 5027은 북한의 핵무기 공격에 대비한 별도계획은 명기돼 있지 않고 포괄적 개념의 핵전 대비 계획만 포함돼 있다.

이 계획은 북한의 핵 공격 징후가 포착되면 핵무기 저장 및 관련시설, 핵탄두 운반수단인 미사일과 항공기 기지를 사전에 무력화하는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한의 핵무장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좀 더 강력한 대응책이 작계 5027에 포함될 것으로 많은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가령 북한의 핵사용 위협→징후→실제 사용 등 단계별 위협에 따라 한반도에 전개되는 미 증원전력에 전술 핵무기를 포함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미국이 제공할 전술핵무기는 200kt급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토마호크 미사일과 공중발사 미사일, 10∼50kt급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지대지 순항미사일 등이 꼽힌다. 전략핵무기를 탑재한 핵잠수함과 스텔스 폭격기의 배치도 예상된다.

한미 양국은 또 전시작전권의 한국군 환수에 대비해 작계 5027을 폐기하고 미국의 핵태세검토보고서(NPR)와 같은 한미 간 ‘핵대비계획서’를 작성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는 미사일방어(MD) 체제와 같은 첨단 군사시스템과 재래식 무기를 혼용해 적국의 핵 공격을 사전에 적극 무력화하는 전략이다.

▽한미 ‘지휘관계 연구보고서(CRS)’에 서명=이날 두 나라 합참의장은 양국이 공동 연구한 CRS에 서명해 전시작전권 환수 시기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새 한미 지휘관계를 만드는 이행추진단을 발족시켜 활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현행 연합방위체제를 공동방위체제로 전환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창설되는 군사협조본부(MCC)는 한국 주도로 작전계획을 수립하고 미군 전력의 지원 및 협조 문제를 다루게 된다.

전시작전권 환수 시기와 관련해 한국은 2011년 국방중기계획이 마무리돼야 독자적인 대북 억지력을 갖출 수 있고, 북한의 핵실험으로 인한 안보 여건을 감안할 때 2009년 환수는 곤란하다고 주장했지만 미국 측은 2009년 이양안을 고수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SCM에서 환수시기에 대한 합의가 될 수도 있고, 관련 작업을 해 나가면서 결정될 수도 있다”고 밝혀 환수 시기 합의가 지연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워싱턴=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 “핵우산 삭제는 안보 포기하는 것” ▼

19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지난해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 공동합의문 작성 때 한국 정부가 미국의 ‘핵우산 조항’ 삭제를 추진했던 것에 대한 의원들의 추궁이 이어졌다.

송민순(사진)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은 “그 문제가 최초에 어떻게 나왔고 어떻게 논의됐는지 안보정책실에서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이 (조항 삭제를) 지시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은 “핵우산 조항 삭제를 추진한 사람은 누구냐”며 당시 NSC 참석자들의 이름을 거명하자 송 실장은 “그런 의견은 누구 한 사람이 정해서 되는 게 아니다”고 말해 당시 NSC에서 핵우산 조항 삭제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한나라당 황진하 송영선 의원도 핵우산 조항 삭제를 추진한 것 자체가 안보를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송 실장은 “핵우산이라는 기본적인 정책적 효과는 유지하면서 표현만 적절히 수정하자는 것이었다고 그 당시 NSC에서 그 문제를 검토했던 사람에게서 들었다”고 답변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유엔에 우리 운명을 맡기는 것은 자기 운명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는 송 실장의 전날 발언에 대해 여야가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송영선 의원은 “유엔 결의에 동참하는 국가는 유엔에 운명을 맡기는 것인가”라며 따졌다. 공성진 의원도 “세계가 한국의 움직임에 초미의 관심을 가질 때 이런 말을 하는 것은 한미 공조의 균열을 촉발하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도 “제발 신중하게 말을 해 달라”며 송 실장을 질타했다. 안영근 의원은 “왜 이 민감한 시기에 그런 토론회를 피하지 않고 참석했는지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근식 의원은 “우방을 기분 나쁘게 할 필요가 뭐가 있느냐”고 지적했다.

송 실장은 “유엔 결의를 우리 처지에서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잘 검토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한 말”이라면서도 “국제사회에서 제대로 된 나라는 자기 나라의 운명을 다자적(多者的) 결정에 맡기지 않는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내 문제를 동네에 내놓고 ‘너희가 결정해 달라’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문제 해결을 하는 데 있어서 우리 문제라면 우리가 중심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 핵우산 삭제 추진 NSC 문책론 ‘후폭풍’▼

지난해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 합의문에 ‘핵우산 제공’ 조항 삭제를 추진했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관계자에 대한 문책 요구가 정치권에서 거세지는 가운데 학계와 시민단체 일부에서도 NSC 책임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당시 NSC의 상임위원장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사무차장은 이종석 현 통일부 장관, 정책조정실장은 윤병세 현 외교통상부 차관보, 전략기획실장은 서주석 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이었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19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지난해 SCM에서 미국의 핵우산 제공을 제거해 달라고 했다는 얘기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면서 “노무현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명확한 입장을 밝히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정부가 SCM에서 핵우산 조항 삭제를 요구한데 이어 일본을 가상 적국으로 명기해 줄 것을 요청하는 등 반미감정에 반일감정까지 동원했다”며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오직 당리당략 차원에서 안보를 이용하는 노무현 정권은 포퓰리즘의 화신”이라며 NSC 관계자의 문책을 요구했다.

민주당 이상열 대변인은 “북한이 핵실험을 추진하던 때 우리 정부가 핵우산 조항의 삭제를 고려했다는 것은 황당한 일이다”며 “노무현 정부의 안보관에 대해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비판의 목소리는 학계와 시민단체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제성호 중앙대 교수는 “지난해 이미 북한이 핵 보유 선언을 한 상황에서 우리의 유일한 대책인 핵우산을 해체하겠다는 건 안보 개념이 없는 것”이라며 “NSC 담당자들이 그 사실을 알았다면 직무유기고, 몰랐다면 능력이 없는 것이므로 어떤 경우에도 책임은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남주홍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핵우산 포기 발언은 안보 자해행위이며 ‘선 남북공조, 후 한미공조’라는 것을 미국에 선포한 것과 같다”며 “NSC 관련자는 반(反)전략적, 반국익적 발상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홍성이 바른사회시민회의 상임정책위원은 “핵우산 조항 삭제 요구가 북한을 대화로 끌어내기 위한 것이었다는 정부 당국의 설명은 변명이 될 수 없다”며 “NSC나 담당 책임자의 안보 아마추어리즘에 의한 안보적 해이로 국민의 비난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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