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면담 5일만에 방북… 美 생생한 목소리 전할듯

  • 입력 2006년 10월 19일 02시 55분


탕자쉬안(唐家璇) 중국 국무위원(부총리급)의 북한 방문은 미국과 러시아 방문에 이은 중재외교의 일환으로 보이지만 북한 핵실험 이후 동북아의 긴박한 ‘핵 정국’ 와중에 이뤄진 것이어서 자못 눈길을 끈다.

탕 국무위원은 13∼16일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특사 자격으로 미국과 러시아를 잇달아 방문해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비롯한 양국 고위 당국자들과 만나 북한 핵실험 이후 대응책을 논의했다.

특히 탕 위원이 부시 대통령을 만난 뒤 대북(對北) 제재 수위를 놓고 미국과 중국이 서로 대립하며 교착상태에 있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이 쉽게 타협을 보기도 했다.

탕 위원은 지난해 7월 12∼14일 후 주석 특사 자격으로 북한을 ‘우호 방문’한 바 있고, 올 4월 27, 28일에도 북한을 비밀리에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 북한 핵심 지도부와 면담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기도 했다. 지난해 7월 면담 직후에는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의사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특히 탕 위원의 방북은 북한의 2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시점에 이뤄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탕 위원의 방북이 임박한 북한의 2차 핵실험을 막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래서 탕 위원이 이번 방북 중 김 위원장을 만나게 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 위원장과의 면담은 중국이 북한의 2차 핵실험을 자제하도록 설득하는 데 관건이 될 것으로 북한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더욱이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대북 제재에 다소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한국과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양국 방문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다.

그의 방문은 일단 중국 지도부에 미국과 러시아 방문 결과를 보고한 뒤에 이뤄졌다. 중국이 동맹국인 북한에 앞서 미국과 러시아를 먼저 방문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중국 정부는 북한의 핵실험(9일) 직후 긴급 특사 파견을 북한 측에 타진했지만 북한이 이를 주저하는 바람에 중국 측의 노여움을 샀다는 얘기가 베이징(北京) 외교가에서 흘러나오기도 했다.

중국은 유엔 안보리 결의 이후 북-중 국경지대에서 화물 검색을 강화하는 등 국제사회의 대북 압력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북한을 옥죄는 조치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여 왔다.

중국의 이 같은 모호한 태도는 국제사회에 나름의 성의를 보이고 우방도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는 이중 외교의 일면일 수 있다. 하지만 과거 중국의 ‘조용하지만 무거운 외교’ 행보에 비춰 볼 때 모종의 ‘결정적 조치’에 앞선 예비 조치의 성격도 다분히 깔려 있다.

따라서 탕 위원은 이번 방북을 통해 관련 국가들의 반응을 종합한 중국의 ‘최종 결론’을 북한 지도부에 전달할 것으로 보는 관측이 적지 않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탕 위원이 북한 고위 당국자들과 만나 핵실험에 대한 국제사회의 강렬한 반응과 함께 안보리 결의 이후 관련 국가들의 강한 대북 제재 움직임을 상세하게 전달하고 조속한 6자회담 복귀를 촉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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