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들짝 놀란 정부, 수해물자 북송 즉각 중단

  • 입력 2006년 10월 9일 19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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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9일 오전 청와대와 정부는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안보관계장관회의를 긴급 소집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 때 “군사적 위협이 아니다”며 미적지근하게 대처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한일 정상회담을 마친 후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어 강경한 대응 방침을 밝혔다. 통일부는 10일 북한으로 떠날 예정이던 수해 지원 물자 수송 작업을 보류할지 검토 중이다. 사태를 바라보는 정부의 인식이 어떤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

▽핵실험 징후 전파부터 정부 발표까지=한국지질연구원이 오전 10시 35분에 함북 김책시 인근에서 리히터 규모 3.58의 지진파를 감지한 뒤 즉각 청와대에 보고했다. 이런 ‘핵실험 관련 징후’는 즉각 노 대통령에게 보고됐으며 대통령은 곧바로 긴급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소집했다.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했던 김승규 국가정보원장을 비롯한 외교안보 부처 장관들이 예정된 일정을 취소하고 청와대로 향했다.

외교통상부는 북한의 핵실험 사실을 재외 공관에 긴급 전파했다.

반기문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전 11시경 한일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한 아베 일본 총리를 영접하기 위해 서울공항에 나갔다가 핵실험 소식을 접한 뒤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과 긴급 통화를 하고 한국의 지진파 탐지 결과를 설명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핵실험을 성공적으로 실시했다”고 밝힌 것은 오전 11시 50분경. 조선중앙통신 보도가 있은 지 10여 분 후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청와대 춘추관으로 나와 긴급 현안 브리핑을 통해 지진파 감지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11시 반에 시작한 안보관계장관회의는 북한이 핵실험을 성공적으로 실시했다고 발표함에 따라 이날 정오를 기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로 격상됐다.

이어 정부는 미국과 일본 등 관련국과의 정보 교환을 통해 함북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파가 핵실험 때문인지를 놓고 면밀한 분석 작업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 장관은 낮 12시 50분경부터 15분간 라이스 장관,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외상과 3자 전화회담을 열어 의견을 교환하고 각각 강력한 성명을 발표하는 등 공동 대응하기로 합의했다.

반 장관은 3자 전화회담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즉각적인 협의를 통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길 기대한다고 설명했으며 라이스 장관은 한미동맹과 한국에 대한 미국의 방위 공약을 재확인한다는 방침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성명은 오후 1시 40분경 끝난 NSC의 자구 검토 등 최종 실무 작업을 거쳐 오후 2시 15분 발표됐다. 북한의 핵실험 성공 발표 이후 3시간 40분 만에 이뤄졌다.

▽긴박했던 정부 대응=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공식 성명을 발표한 정부는 오후 3시경 국제금융, 국내금융, 수출, 원자재 확보, 생필품 가격 안정 등 5개 부문 비상대책팀을 구성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외교부 국방부 통일부 등 외교안보 부처도 대책 마련을 위한 비상상황에 돌입했다.

외교부는 북한의 핵실험에 대응할 조치를 취하기 위해 유명환 외교부 1차관을 반장으로 한 북핵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다.

통일부도 오후 2시부터 이종석 장관 주재로 간부회의를 열고 특히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사업 등 남북 경협사업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

정부는 이와 별도로 한때 금강산과 개성에 머물고 있는 남측 사람들의 안전보장을 위해 단계적으로 인력을 철수하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중국 일본 등 관련국과의 공동 대응 방안 마련을 위한 협의도 긴박하게 이뤄졌다.

북한의 핵실험 계획을 취소하도록 설득해 줄 것을 요청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 중이던 천영우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겸 한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는 이날 오후 4시 20분경 베이징(北京)에서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과 북한 핵실험에 따른 양국의 공동 대응 방안을 협의했다.

반 장관도 오후 5시경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를 만나 한미 간 대응 방안을 협의한 뒤 오후 8시 반경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외교장관을 동시에 연결한 5자 전화회담을 열어 향후 대처 방안을 협의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북한 핵실험 관련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10일 오전 7시에 여야 5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조찬 회동을 한 뒤 낮에는 전직 대통령들과 오찬 회동을 할 예정이다.

■오늘 전군 지휘관 회의

국방부는 10일 윤광웅 장관 주재로 전군 주요지휘관회의를 긴급 소집해 북한의 핵실험에 따른 군사대비태세를 논의할 예정이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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