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北핵실험 선언과 ‘유엔의 반기문’

  • 입력 2006년 10월 5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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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외무성은 3일 북한의 모든 매체를 통해 성명을 발표하고 “앞으로 안전성이 철저히 담보된 핵실험을 하게 된다”고 천명했다. 실제로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이는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핵 비확산을 위한 세계적인 노력에 대해 중대한 도전이 될 것이다. 미국 정부는 핵실험이 아시아와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용인할 수 없는 위협이라고 밝혔고, 일본 정부도 국제사회가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표명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핵실험과 관련한 점검체계를 강화하고 관련국과 협의해야 하지만 핵실험이 있을 경우 어떠한 대응조치를 취하고 남북 화해협력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검토해 핵실험을 금지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의 일익을 담당해야 한다. 북한의 핵실험은 북한의 핵 보유를 용납할 수 없다는 기본 취지에서 외교적 해결에 노력해 왔던 한국 정부의 대북 화해협력 정책을 재검토하게 만들 것이다.

1993년 북한이 영변 원자로에서 무기급 플루토늄을 추출한 사건 이후 오늘의 6자회담에 이르기까지 북한 핵문제 협상의 골자는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핵개발 프로그램을 포기하는 대신 체제 안전보장과 경제적 지원을 제공받는 것이다.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지난해 9월 19일 공동성명이 채택된 이후 결렬 상태인 6자회담의 존재 이유 자체가 상실될 수 있다. 미국은 2004년부터 북한 인권법을 시행하고 지난해 마카오 소재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의 북한 계좌를 동결하면서 금융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 저지에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는 나라는 연간 80% 이상의 에너지 공급을 포함해 경제지원을 북한에 제공하는 중국이라고 할 수 있다.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하고 6자회담의 사회자 역할을 했던 중국이 얼마나 영향력을 행사할 것인지 두고 봐야 한다.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미국과 일본의 주도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강력한 제재를 내용으로 하는 대북 결의문 채택이 불가피하고 중국이 이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문이 채택될 경우 한국도 그 결과를 따를 수밖에 없다. 2003년 5월 14일에 미국 워싱턴에서 채택된 공동성명에서 한미 양국 정상은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위협이 증가할 경우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데 합의했다.

안보리는 때마침 북한이 핵실험 강행 의사를 밝히기 직전인 3일 비공식 표결을 통해 한국의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을 사실상 차기 유엔 사무총장으로 결정했다.

반 장관 본인의 인품, 경륜과 능력이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았지만 1948년 유엔 총회의 승인을 받고 출발한 후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면서 세계 11위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반영하는 쾌거이다. 유엔 사무총장은 특정 국가의 지시를 받거나 이익을 추구해서는 안 되고 세계시민 대표로서의 직책을 수행해야 하지만 한국인이라는 사실은 숨길 수 없을 것이다. 북한 핵실험 문제도 그렇다.

유엔 사무총장은 192개의 회원국을 망라한 세계 정부의 행정수반이라고 할 수 있다. 9000명의 유엔 본부 인력과 연간 20억 달러의 실행 예산을 관장하는 유엔 기구의 관리책임자이다. 유엔은 전 세계적으로 9만2000명의 평화유지군을 관리한다. 유엔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세계 안전과 평화의 유지이며 그 이외에도 인권보호, 환경, 반테러, 인신매매, 조직범죄 방지에서 개발 문제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사업을 수행한다.

물론 사무총장은 결정기관이 아니며, 중요한 결정은 총회나 안보리에서 이루어진다. 미국이 유일 초강대국인 세계 질서 속에서 모든 나라가 자국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추구하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사무총장은 이상과 현실이 수시로 교차되며, 좌절과 실망이 종종 따라오는 직책이 될 것이다. 반 장관이 유엔 개혁을 차분히 추진하고, 북한 핵문제를 비롯해 세계 평화의 유지와 경제 사회 발전을 위한 유엔의 임무를 수행함에 있어 소신과 비전과 지도력을 발휘해 전 세계 시민에게서 존경받는 사무총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선준영 전 주유엔 대사·유엔한국협회 부회장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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