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 플레이스테이션?” 역사가 변했을 수도 있는 게임사들의 실패한 합작[게임 인더스트리]
동아일보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닌텐도 플레이스테이션? 넥슨&NC의 마비노기2?
만약 지금의 게임 산업 판도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면 어떨까요? 지금은 당연하게 여겨지는 구조들도, 과거의 선택 하나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로 이어질 뻔한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성사 직전까지 갔다가 무산된 게임사들의 합작 사례들도 있죠.
역사가 변했을 수도 있는 게임사들의 합작이 있다 / 사진=엔바토엘리먼트
■ 콘솔 투탑 닌텐도와 소니, 합작 기기의 탄생?
지금은 콘솔 시장의 양대산맥인 두 회사가 원래는 한배를 타려 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1980년대 후반 닌텐도는 슈퍼 패미컴의 차세대 매체로 CD-ROM을 낙점하고 당시 오디오 CD 기술력의 정점에 있던 소니와 손을 잡았습니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아버지라 불리는 쿠타라기 켄은 슈퍼 패미컴에 장착할 CD-ROM 어댑터를 개발하고 있었고, 이 프로젝트의 이름이 바로 플레이스테이션이었습니다.
닌텐도와 소니 / 사진=닌텐도,소니 홈페이지하지만 문제는 계약서에 숨어 있었습니다. 소니가 CD 기반 소프트웨어의 라이선스 권한과 수익을 독점한다는 조항을 뒤늦게 확인한 닌텐도의 야마우치 히로시 회장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죠. 닌텐도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인 로열티 시스템을 포기해야 하는 구조였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1991년 시카고에서 열린 가전 전시회 CES에서 사건이 벌어지게 됐는데요. 소니가 당당하게 닌텐도 합작 기기인 플레이스테이션을 발표한 바로 다음 날, 닌텐도는 기자회견을 열어 소니가 아닌 필립스와 손을 잡겠다고 선언한 것이죠.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소니는 결국 독자 노선을 걷게 되었고, 그 분노가 동력이 되어 탄생한 것이 지금의 플레이스테이션입니다.
닌텐도 플레이스테이션 / 사진=내셔널 비디오게임 뮤지엄 공식 X(@nvmusa)여담으로 이 시기의 흔적은 지금도 실물로 남아 역사의 증인이 되고 있는데요. 미국 텍사스 프리스코에 위치한 내셔널 비디오게임 뮤지엄(NVM)이 이 닌텐도 플레이스테이션을 확보하고 공개했습니다. 해당 닌텐도 플레이션은 소니 MSF-1 프로토타입 하드웨어로, 슈퍼 닌텐도용 CD-ROM 확장 장치 개발 과정에서 제작된 초기 시제품이라고 하네요.
지금의 두 최강이 손을 잡았다면 어떤 기기가 나왔을까 상상해보는 재미도 있지만, 지금의 플레이스테이션이 존재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떠올리면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 아타리의 몰락에 휘말릴 뻔한 닌텐도
흥미롭게도 닌텐도는 북미 시장 진출 과정에서도 중요한 갈림길을 맞이한 적이 있습니다. 닌텐도가 북미 시장에 자사의 게임기를 출시하기 전, 미국 시장의 제왕이었던 아타리에게 손을 내밀었던 건데요. 1983년 당시 닌텐도는 북미 유통망이 없었기 때문에 아타리의 CEO 레이 카사르를 만나 닌텐도가 기기를 만들고 아타리가 자사 브랜드로 유통하는 라이선스 계약을 추진했습니다. 계약 체결은 거의 기정사실처럼 보였는데요.
아타리 / 사진=아타리 공식 X(@atari)그런데 그해 여름 전시회 현장에서 묘한 사건이 터집니다. 아타리 관계자들이 경쟁사였던 콜레코의 부스에서 닌텐도의 대표 게임인 동키콩이 구동되는 것을 본 것입니다. 아타리는 이를 이중 계약이라며 거세게 항의했고, 협상을 즉시 중단했습니다. 콜레코는 닌텐도로부터 가정용 컴퓨터용 권한을 정식으로 산 것이었지만, 아타리가 오해한 것이었죠.
하지만 이 오해가 결과적으로는 닌텐도를 구했습니다. 협상이 깨진 직후 미국 게임 시장을 초토화한 아타리 쇼크가 터졌기 때문입니다. 당시 시장을 지배하던 아타리가 급격히 몰락하게 된 것인데요. 만약 아타리와 손을 잡았다면 닌텐도 역시 타격을 입어 지금만큼 북미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확보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었을 겁니다.
■ 스팀이 한국 플랫폼이 될 뻔했다? 스팀 인수설까지 돌았던 넥슨과 엔씨의 만남
국내 게임계에서도 업계가 주목하던 세기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바로 2012년 결성된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전략적 제휴 사건이죠. 당시 넥슨의 故 김정주 회장은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대표와 손을 잡고 엔씨의 지분을 14.68% 대량 인수하며 최대 주주가 되었습니다.
공식적으로는 글로벌 시너지 확보가 이유였지만, 업계에서는 보다 큰 그림이 거론됐습니다. 실제로 두 회사는 당시 경영 상태가 좋지 않았던 EA의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죠.
스팀 / 사진=스팀 홈페이지특히, 당시에는 ‘스팀 인수설’까지 돌고 있었는데요. 하와이에서 열린 넥슨의 비공개 개발자 서밋에서 김정주 회장과 김택진 대표가 스팀을 보유하고 있는 밸브의 공동 인수건을 논의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다만 EA의 경우 EA의 실적이 회복되면서 인수가 무산됐고, 밸브쪽 역시 실제 인수 협상까지는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양사의 협력도 장기적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죠. 하지만 만약 이 시나리오가 실제로 실행됐다면 게임업계에서 한국이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을지도 모르겠네요.
■ 끝내 현실이 되지 못한 협력작, ‘마비노기2 아레나’
결국 출시되지 못한 마비노기2 / 사진=넥슨대신 넥슨과 엔씨, 두 회사의 협력을 가장 구체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있었습니다. 실제로 개발중이었던 ‘마비노기2 아레나’가 그 주인공이죠. 당시 양사는 N스퀘어라는 조직을 신설하고 공동으로 개발 인력을 투입해 ‘마비노기2’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추진했습니다.
2012년 지스타에서 처음 공개된 이 작품은 넥슨의 창의적인 기획력과 엔씨의 묵직한 기술력이 합쳐진다는 것만으로도 게이머들을 설레게 했습니다. 넥슨의 데브캣 스튜디오가 주도적으로 개발을 진행하고 엔씨소프트가 그 과정에서 협력하는 형태였는데요. 보는 게임과 하는 게임의 결합이라는 슬로건 아래 관전 시스템이 강조된 독특한 액션 게임을 지향했습니다. 생활 요소가 덜해진 걸 아쉬워하는 이용자들이 많았지만 그만큼 새로운 방향성과 풍부해진 기술력에 대한 기대감도 컸죠.
2012 지스타 마비노기2 부스 / 사진=게임동아
하지만 두 회사의 기업 DNA는 너무나 달랐습니다. 넥슨은 실험적이고 자유로운 개발 방식을 선호했던 반면 엔씨소프트는 철저한 데이터와 상업적 안정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여기에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까지 깊어지면서 혈맹 관계가 흔들리기 시작하자 개발 방향성을 두고 양사의 갈등은 깊어졌고, 결국 2014년 초 공식적으로 개발 중단이 선언되었습니다.
2015년에는 넥슨이 엔씨소프트 지분을 전량 매각하면서 한때 업계를 뒤흔들었던 양사의 동맹도 완전히 막을 내리게 됐죠.
지금도 많은 회사들이 전략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기도 하고 각자의 사정으로 인해 갈라서고 있는데요. 모든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누구도 알 수 없지만, 이런 시도들이 결국 게임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