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메르켈 ‘6년만의 재회’…獨서 30여분간 회동

  • 입력 2006년 9월 2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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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을 방문 중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왼쪽)가 28일 오후(현지 시간)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인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6년 만에 재회했다. 베를린=연합뉴스
독일을 방문 중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왼쪽)가 28일 오후(현지 시간)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인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6년 만에 재회했다. 베를린=연합뉴스
독일을 방문 중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28일 오후(현지 시간) 베를린에서 독일의 첫 여성 총리인 앙겔라 메르켈(52) 총리를 만났다.

박 전 대표가 2000년 한나라당 부총재 시절 독일을 방문했을 때 기독민주당(CDU) 당수였던 메르켈과 만난 뒤 6년 만의 재회였다. 두 사람은 각각 당 대표와 총리직에 올랐을 때 서로에게 축전과 편지를 보내는 등 친분을 유지해 왔다.

메르켈 총리 집무실에서 30분간 진행된 회동을 마친 뒤 박 전 대표는 “서로 공통점이 많다고 공감한 유익한 대화였다”며 “메르켈 총리에게 ‘시베리아 철도로 대륙횡단 여행을 하는 게 꿈이라고 들었는데 한국까지 이어지는 철도를 같이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고 메르켈 총리도 ‘좋은 생각’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박 전 대표는 지난달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으로 선정한 메르켈 총리와의 이번 회동을 통해 ‘강한 리더십의 여성지도자’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생각이다.

우선 두 사람은 위기에서 당을 맡았던 것부터가 비슷하다. 메르켈 총리는 헬무트 콜 전 총리의 비자금 스캔들로 당이 만신창이가 된 2000년 아무런 기반 없이 사실상 ‘시한부’ 당수직에 올라 성공적으로 조직을 추스르면서 대권의 꿈을 키웠다.

박 전 대표는 2004년 대통령 탄핵으로 정국이 파란에 휩쓸리던 시점에 당 대표가 돼 총선을 지휘했고 이후 각종 선거를 승리로 이끌면서 본격적인 대권 가도에 들어섰다.

박 전 대표는 특히 메르켈 총리가 추진하고 있는 노동시장 유연화, 노조의 경영 참여 축소, 법인세 인하 등의 정책을 벤치마킹해 대선용 경제 마스터플랜의 골격으로 삼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메르켈 총리가 이웃 프랑스와의 협력을 강화하면서 사민당 정부 시절 이라크전쟁에 반대해 소원해진 미국과의 동맹 복원에 적극 나서는 것도 주목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실리외교를 통해 한미동맹을 복원하고 일본과의 관계를 재정립해 대북 및 동북아 외교의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구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메르켈 총리가 추진 중인 외교 경제 정책이 내가 추구하는 노선과 같다”며 ‘한국판 메르켈’을 자임했다.

베를린=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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