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수희 “김무성의 당 깨자는 발언, 놀랍고 걱정된다”

  • 입력 2006년 9월 15일 16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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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은 15일 “김무성 의원님의 ‘정계개편’ 발언은 후안무치한 현 집권세력의 재집권전략에 말려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진 의원은 이날 한나라당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한나라당을 깬 후 신당을 만들어 정체성을 같이하는 사람들끼리 헤쳐모여야 한다”는 지난 13일 김무성 의원의 발언에 대해 “놀랍고 또 걱정이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개인 의견으로 그냥 지나치기에는 사무총장을 지내신 중진으로서 의원님이 가진 당내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며 “개인 의견을 넘어 이런 인식을 공유하는 분들이 당내에 많다면 현 집권세력이 원하는 한나라당 분열의 단초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의원님의 ‘정계개편’ 발언은 당내 대선주자 간 권력투쟁과 내부분열의 산물로 국민들에게 비춰질 수 있다”며 “국민과 당원들이 지지하는 훌륭한 한나라당 후보자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정계개편을 논의하는 것은 그 자체로 부자연스럽고 의심스러운 행동”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의 당면과제는 정계개편이 아니라 내부통합을 더욱 강고하게 하고 도덕적 수준을 높여 대안적 집권세력으로서 자격을 갖추는 것”이라며 “‘정계개편’ 발언은 국민과 당원들의 여망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진수희 의원의 글 전문.

김무성 의원님께 드리는 글

의원님, 안녕하십니까?

청명한 하늘에 한번쯤 시선을 멈추게 되는 가을날입니다.

어제(9월14일자) 동아일보에 보도된 의원님의 인터뷰 기사를 보고 놀랍고 또 걱정이 되어 이 글을 씁니다.

의원님은 참여정부 4년째인 작금의 대한민국을 어떻게 보십니까?

한·미동맹은 되돌리기 힘들 정도로 삐걱거리고, 북한 핵문제는 북-미간 정면충돌로 치닫고 있으며, 중국과 일본은 우리의 역사와 영토를 탈취하려는 야욕을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지만, 참여정부는 이런 사태를 방조만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국회에서는 참여정부의 무지와 무능으로 인해 유발된 헌재소장 임명절차 논란이 그치지 않고, 집권당이 야심차게 추진하겠다던 “서민경제 살리기”는 그 목소리마저 잦아들었습니다.

상황이 이토록 심각함에도, 열린우리당은 자신들의 무능과 오만에 대한 진지한 반성을 하기는커녕, 정략적 정계개편으로 재집권할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참여정부의 이런 한심한 모습에 더 이상의 기대를 접고, “바다이야기” 같은 도박으로 생활고를 한 순간이라도 잊으려 했던 것이 아닐까요?

요즈음 저는 국민들 앞에 한 없이 부끄럽고 죄스럽기만 합니다.

그러던 중에, 의원님의 “한나라당을 깬 후 신당을 만들어 정체성을 같이하는 사람들끼리 헤쳐 모여야 한다”는 발언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 발언을 의원님 개인 의견으로 그냥 지나치기에는 사무총장을 지내신 중진으로서 의원님이 가진 당내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만약 개인 의견을 넘어 이런 인식을 공유하는 분들이 당내에 많다면 현집권세력이 원하는 우리 한나라당 분열의 단초가 될 수 있기에 더욱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는 국민과 당원들의 바램이 한나라당이 중심이 되어 정권교체를 이루어 달라는 것이지, 인위적 정계개편을 통해 정권교체를 해달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나라당의 당면과제는 정계개편이 아니라 내부통합을 더욱 강고하게 하고 도덕적 수준을 높여 대안적 집권세력으로서 자격을 갖추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정계개편’ 발언은 국민과 당원들의 여망에 어긋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의원님의 이런 생각이 혹여 “우리 사회가 최근 몇 년 사이에 급속히 보수화되고 있고 보수세력의 결집만으로도 충분히 집권이 가능하다”는 검증되지 않은 사실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착시현상이라는 지적 또한 많은 학자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 당이 합리적 보수정당으로서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면서, 거기에 동의하는 중도 내지 가능하면 중도진보세력까지를 아우르는 그야말로 국민통합정당을 지향해야만 대선승리가 가능할 뿐 아니라 그 이후의 집권기반도 확고해 질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의원님의 ‘정계개편’ 발언은 당내 대선주자간 권력투쟁과 내부분열의 산물로 국민들에게 비추어 질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국민과 당원들이 지지하는 훌륭한 한나라당 후보자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정계개편을 논의하는 것은 그 자체로 부자연스럽고 의심스러운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의원님의 ‘정계개편’ 발언은 후안무치한 현집권세력의 재집권전략에 말려들 수 있다는 점에서 심히 걱정스럽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정계개편이 만들어 내는 혼란을 이용해 재집권을 노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의원님!

의원님의 발언이 국민과 한나라당에 대한 충정에서 나온 것을 알면서도, 한편으로 오해가 있을까 걱정되는 마음에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너무 책하지 마시고 너그럽게 받아주시기 바랍니다.

2006년 9월 15일

진 수 희 올림

김승훈 동아닷컴 기자 h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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