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김정일 방중, 현재 예정없다”

  • 입력 2006년 9월 6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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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 움직임을 둘러싸고 여러 설이 난무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 친강(秦剛) 대변인은 5일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 그 방면(김정일 방중)의 예정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현재’라는 단서가 달린 부인으로 번지는 방중설을 잡기는 역부족인 듯하다. 한국 정부도 중국 외교부의 부인을 ‘방중 계획이 확정되지는 않았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정부가 5일까지 검증 작업을 거쳐 확인한 정보는 △중국이 김 위원장의 방중을 추진 중이며 △지난주 김 위원장이 타지 않은 북한의 특별열차가 중국 베이징(北京)에 갔고 △또 다른 특별열차가 지난 주말부터 신의주에 서 있으며 △김 위원장은 아직 북한에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왜 방중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고 시간을 끌고 있을까. 또 특별열차를 중국으로 보내 관심을 고조시킨 이유는 뭘까.》

▽챙길 게 있어야만 방문=한국 정부 내에선 김 위원장이 방중을 통해 확실히 챙길 게 있어야만 중국에 갈 것이란 관측이 많다.

중국 측으로부터 ‘6자회담에 복귀해야 한다. 핵 실험은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북한이 손해만 본다’는 얘기를 듣는 데 그치는 방중은 절대 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김 위원장은 좀 더 많이 얻어내기 위해 중국과 줄다리기를 하느라 방중 시점을 늦추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중국이 북한을 6자회담으로 복귀시키기 위해 고려 중인 ‘당근’은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로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에 묶인 2400만 달러를 어떤 식으로든 보전해 주는 것일 가능성이 있다는 게 한국 정부의 판단이다.

김 위원장에게 2400만 달러나 그 이상의 물자 또는 현금을 지원하겠다는 제안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 내에선 ‘중국이 쥔 당근이 김 위원장의 구미에 맞지 않아 방중 계획 수립이 지연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별열차 이동으로 주변국 속내 떠보기=김 위원장이 타고 다니는 특별열차는 2대다. 이 중 1대가 지난주 베이징에 갔으며, 나머지 1대가 지난 주말부터 5일까지 신의주에 서 있는 것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 내에선 지난 주 베이징에 간 특별열차가 김 위원장이 그동안 타고 다니던 것이 아닌 새로 만들어진 특별열차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특별열차를 베이징에 보내고 중국과의 접경 도시인 신의주에 장시간 세워두면서 자신의 방중 움직임에 남측과 미국 등 주변국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살피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한국 정부의 분석이다.

김 위원장의 특별열차엔 1인용 침실 5개가 있고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인터넷 등 최첨단 통신장비가 설치되어 있다.

또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대형 평면 스크린도 있다. 이 밖에 연회실, 회의실, 전용자동차(벤츠 2대)의 차고 등이 갖춰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79년경 제작된 것으로 알려진 특별열차의 최고속력은 시속 180km. 하지만 북한에서는 철도 노후로 대략 60km 정도의 속도를 유지하며 달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별열차의 객차는 8∼10량. 이 중 2량에는 수십 명의 경호원이 타고 있다.

또 열차엔 웬만한 폭탄에도 견딜 수 있는 방폭 및 방탄장치가 돼 있고 82mm 박격포 등으로 무장하고 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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