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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8월 23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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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주 KBS 사장은 “참여연대 김기식 사무처장이 삭제를 요구한 것 아니냐”는 정종복 한나라당 의원의 질문에 대해 “프로그램 삭제를 요구했다기보다는 참여연대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 참여연대의 의견을 밝힌 것”이라고 답변했다.
정 의원은 “사장이 지시한 것이 아니라면 관련자를 색출해서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느냐”며 “만약 조사를 하지 않는다면 사장이 지시했다고 추정할 수밖에 없다”고 추궁했다.
정 사장은 이에 대해 “누가 삭제를 지시했는지 모르겠다”며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KBS 노조 진상조사단은 17일 “3월 26일 방영된 ‘KBS스페셜-자본은 왜 파업을 하는가?’의 판매용 테이프에는 ‘참여연대 부설단체(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가 SK의 기업 지배구조 정보를 외국 투기자본인 소버린에 돈을 받고 팔았다’고 비판하는 내용이 삭제됐다”고 발표했다.
야당 의원들은 또 정 사장이 ‘KBS 스페셜’ 양극화 시리즈 제작 과정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KBS 노조의 주장을 소개하면서 정 사장의 정치적 편향성을 문제 삼았다.
박찬숙 의원은 “정 사장은 제작팀에 의견을 제시한 것이라고 하지만 제작팀은 지시로 받아들였다고 말하고 있다”며 해명을 요구했다.
정 사장은 “휴게실에서 제작팀에 다양한 의견을 들어 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시인하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야당 의원들은 또 6월 30일로 임기가 만료된 정 사장의 연임에 반대하며 정 사장의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날 회의 시작부터 정 사장에게 “연임을 생각하고 있느냐”, “연임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따지며 ‘용퇴’를 요구했다.
정 사장은 의원들의 계속되는 추궁에 “성경 말씀대로 매일 매일 최선을 다하는 자세로 살고 있고 이후 일까지 예단하지 않겠다”며 “바빠서 생각해 보지 못했다. 적절한 시기가 되면 고민해 보겠다”는 애매한 답변을 되풀이할 뿐 연임을 포기하겠다는 말은 끝내 하지 않았다.
한편 한나라당 김형오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정 사장이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며 “정 사장의 연임 반대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조만간 당내에 ‘편파방송 대책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정 사장의 연임 반대 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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