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게이트’ 터지나]“정치권-정부부처 무차별 로비”

  • 입력 2006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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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조 원 규모의 경품용 상품권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상품권 업체 간 로비전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던 것으로 속속 드러나고 있다.

‘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성인게임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시점이어서 경품용 상품권 발행업체로 지정만 돼도 거액을 벌어들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상품권 업체 관계자들은 지난해 3∼7월 경품용 상품권 인증 및 지정을 앞두고 정치권, 정부부처, 유관기관 등을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로비전을 펼쳤다고 증언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본잠식 등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업체들이 발행업체로 지정되는가 하면 로비력이 떨어진 우수 업체가 탈락하는 모순이 빚어졌다. 일부 업체는 경품용 상품권 업체로 지정받은 뒤 실적이 크게 개선되기도 했다.

○ 자본잠식 회사들 지정 업체로 대거 선정

본보 취재팀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감사보고서와 사업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자료가 공개된 경품용 상품권 발행업체 15개사(전체 19개사) 중 해피머니아이엔씨, 한국교육문화진흥, 씨큐텍, 한국문화진흥, 한국도서보급, 코리아트래블즈 등 6개사가 ‘자본 전액잠식’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 가운데 10개사는 지정 업체 선정 직전 해인 2004년에 적자를 내는 등 실적이 부실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안다미로, 인터파크, 삼미는 자본잠식은 아니지만 2004년에 영업 손실을 냈다.

경품용 상품권 지정 업체 중에는 상품권 부도를 냈던 C사도 포함돼 관련업계에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 반면 중견 제약회사나 대형 인터넷쇼핑몰 등 재무구조가 건실한 업체 가운데 상당수는 탈락했다. 지정 업체 심사에서 탈락한 한 상품권 발행업체 관계자는 “재무구조나 사업 능력 등 회사의 펀더멘털(기본)보다는 로비 능력이 사업자 선정에 결정적인 변수가 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일각에서는 “신청 업체의 재무 상태를 심사하는 서울보증보험과 지정 권한을 가진 한국게임산업개발원 등이 제 역할을 못하는 등 회계 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경품용 상품권 업체로 지정된 뒤 실적이 크게 개선된 기업이 적지 않았다.

본보 확인 결과 지정 전후의 실적 비교가 가능한 7개사 모두 상품권 사업을 시작한 이후 적자를 내다 흑자로 돌아섰고 2개사는 자본 전액잠식 상태에서 벗어났다.

○ 경품용 상품권 시장은 ‘로비 전쟁터’

상품권 업체들은 경품용 상품권으로 지정받기 위해 사운을 걸고 로비전을 펼쳤던 것으로 밝혀졌다. 정치권과 문화관광부는 물론 심사기관에까지 전방위로 로비의 손길을 뻗쳤다.

한 상품권 발행 업체는 “경품용 상품권 발행업체 선정 당시 공무원은 2000만∼5000만 원, 정치인은 5억∼10억 원이 기본이었고 필요한 경우 추가적인 ‘러닝개런티’까지 줘야 했다”고 전했다.

특히 지정업체로 선정된 업체들은 신규 업체의 진입을 막고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도 로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4월 지정 심사에서 탈락한 한 업체 관계자는 “올해 5월과 7월 상품권 발행업체 지정 기준이 크게 강화된 것도 로비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상품권 발행업체가 정치권의 돈줄 역할을 한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규모가 큰 경품용 상품권 지정업체에는 정치인 3, 4명이 돌아가면서 돈을 받아간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실제로 한 상품권 발행업체는 여권의 힘 있는 ‘실세 의원’이 뒤를 봐주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업체와 거래를 하다 중단한 한 대형 유통업체는 “국회의원 보좌관이 수차례 전화를 해서 ‘상품권 업체와 거래를 중단하면 상품권 발행업체가 재심사 과정에서 피해를 볼 수 있으니 다시 가맹 계약을 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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