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지원 “우전, 덕볼 생각도 한듯”…靑 “우전측 한두건 제안”

  • 입력 2006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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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닫힌 지코프라임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있는 지코프라임의 사무실 문이 20일 오후 굳게 닫혀 있다. 이 회사는 사행성 성인게임기인 바다이야기의 유통 및 판매를 담당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문 닫힌 지코프라임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있는 지코프라임의 사무실 문이 20일 오후 굳게 닫혀 있다. 이 회사는 사행성 성인게임기인 바다이야기의 유통 및 판매를 담당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나를 영입한 데는 내 배경(대통령 조카)도 작용했겠지만 어쩌겠느냐. 대통령을 숙부(작은아버지)로 뒀으니 감수해야지. 그렇지만 억울하다. 이래 가지고 어디 술 한잔 하러 다니겠느냐.”

사행성 성인게임기 ‘바다이야기’의 유통판매업체인 지코프라임이 인수한 우전시스텍에 근무한 경력이 알려지면서 의혹의 중심에 선 노무현 대통령의 친조카 노지원(42·사진) 씨는 19일 저녁 본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시종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노 씨는 “우전시스텍이 나를 영입해 대통령의 덕을 볼 생각도 있었던 것 같지만 나는 정보기술(IT)에 문외한이 아니다”라며 “기술이사직을 맡아 전문적인 일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 조카라는 말이 나올 것을 우려해 영업 업무 대신 기술과 전략기획 쪽 일을 한 것”이라며 “구체적인 업무 내용은 회사 기밀이라 말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노 씨는 지코프라임이 우전시스텍을 인수한 것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인수합병(M&A)이 있을 거란 소문을 들었지만 어떤 업체에 팔리는지 전혀 몰랐다”며 “구체적 사실은 계약이 체결된 올해 5월 23일에야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창업투자회사인 ‘무한투자’가 우전시스텍을 인수한 게 지난해 10월로, 반년여 만에 다시 경영권을 판다는 걸 알고 충격을 받았다”며 “지코프라임의 새 임원진에게서 앞으로의 계획을 듣고 싶었지만 나를 만나 주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지코프라임이 사행성 게임기를 유통하는 회사인 것을 알고 (대통령 조카여서) 구설에 오를 게 뻔해 M&A 계약을 체결하는 날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노 씨를 영입한 사람은 무한투자로 넘어가기 전 우전시스텍을 소유했던 이모(46) 전 대표이사였다.

노 씨는 “이 씨와 사회에서 만나 친분이 있었다”며 “처음에는 전문경영인을 제의했지만 청와대에서 구설에 오를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당부했다”고 밝혔다.

그는 작고한 노 대통령의 큰형인 노영현 씨의 둘째 아들로 어렸을 때부터 부산에 살면서 노 대통령의 둘째 형인 노건평 씨와 자주 왕래해 왔다.

노 대통령은 1973년 교통사고로 사망한 큰형에 대한 감정이 남달랐다. 노 대통령은 자전에세이 ‘여보 나 좀 도와줘’에서 “끔찍이도 나를 아껴 주시며 자신의 못다 한 소망을 나에게 걸었다”며 법대를 나와 고시공부를 했던 큰형을 회고한 적도 있다.

이진 전 대통령 제1부속실 행정관이 지난해 말 발간한 ‘참여정부, 절반의 비망록’이란 책에는 노 씨가 2003년 8월 우전시스텍에서 사장 자리와 함께 거액의 스톡옵션을 제안 받았으나 노 대통령과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이 사장을 맡지 말라고 설득해 포기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노 씨는 이 과정에서 “대통령 친인척이라는 것과 무관하게 자신의 개인 능력으로 된 일이므로 청와대의 간섭을 받을 이유가 없다”며 반발했고, 이를 보고 받은 노 대통령이 직접 30분간 전화 통화를 하며 조카에게 호통을 쳤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실은 20일 청와대 브리핑에 올린 글을 통해 당시 노 대통령이 노 씨를 직접 만나 질책했다고 밝혔다. 또 전해철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이날 “우전의 이 전 대표가 노 씨를 돕기 위해 한 두건을 제안했으나 (청와대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고 공개했다. 당시 노 씨는 “삼촌이 이런 식으로 조카 앞길을 막아도 되는 겁니까”라며 눈물을 글썽였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 본인도 2004년 3월 11일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을 앞두고 연 기자회견에서 친인척 관리 문제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가운데 실명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노 씨 문제를 직접 언급한 일이 있다.

당시 노 대통령은 “조카가 KT에 다니다 나와서 어느 회사 사장으로 영입된다고 했다. 주식도 좀 받는다는 소식을 들었다. 불러서 못하게 했다. 너 깜냥이면 기껏 잘해야 이사 정도 할 수 있을 테니 ‘이사 이상 하지 마라’고 했다. 하면 세무조사도 시키고 그냥 안 둘 테니까 하지 마라 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으로서는 취임 첫해인 2003년부터 친조카인 노 씨 문제로 속앓이를 해온 셈이다.

2003년 9월 KT를 퇴직한 노 씨는 같은 달 29일 우전시스텍이 실시한 152만여 주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28만2600주를 취득했다. 이에 대해서도 청와대 측은 “민정수석비서관실에서 같은 해 11월 노 씨에게 주식을 반환하라고 요구해 그렇게 했다”고 설명했다. 노 씨는 2004년 3월 스톡옵션으로 우전시스텍 주식 10만 주를 받아 내년 3월 이후 매각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

이 설 기자 snow@donga.com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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