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 악몽’ 1년여만에 또 총기난사…軍, 탈영 1시간 넘게 쉬쉬

  • 입력 2006년 8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탈영병 아버지, 자수 권유 방송경기 가평군 육군 모 부대 뒤편 야산에서 10일 이 부대를 탈영한 이모 이병의 아버지가 군 방송차량에 탑승해 아들에게 자수를 권유하는 방송을 하고 있다. 이 이병은 약 한 시간 뒤 머리에 총상을 입은 상태로 발견됐다. 가평=전영한 기자
탈영병 아버지, 자수 권유 방송
경기 가평군 육군 모 부대 뒤편 야산에서 10일 이 부대를 탈영한 이모 이병의 아버지가 군 방송차량에 탑승해 아들에게 자수를 권유하는 방송을 하고 있다. 이 이병은 약 한 시간 뒤 머리에 총상을 입은 상태로 발견됐다. 가평=전영한 기자
10일 오전 1시 9분경 경기 가평군 상면 태봉리 소재 육군 모 부대에서 이모(20) 이병이 상급자인 박모(21) 상병과 김모(22) 병장에게 총기를 발사한 뒤 K2 소총과 실탄을 휴대하고 탈영했다가 총상을 입은 채 발견됐다.

▽사건 발생 경위=군 당국에 따르면 10일 0시부터 오전 1시까지 동료 박 상병과 부대 외곽 경계근무를 마치고 내무반으로 들어오던 이 이병은 대대 지휘통신실 앞에서 총기와 실탄, 공포탄을 반납하던 도중 갑자기 박 상병에게 실탄 1발을 발사했다.

이어 이 이병은 후임 경계근무자들을 경계초소까지 인솔한 뒤 전임 근무자들을 데리고 돌아오던 ‘근무교대 조장’인 김 병장에게도 실탄 1발을 쐈다.

이 이병이 K2 소총과 실탄 10여 발을 들고 부대 뒷산 방향으로 달아나자 육군은 가평군 일대에 최고 경계태세인 ‘진돗개 하나’를 발령하고 병력 1000여 명을 투입해 이 이병을 추적했다.

이 이병은 이날 낮 12시 40분경 부대 인근인 가평군 상면 상동리 육군 모 부대 뒤편 야산에서 머리에 총상을 입은 상태로 발견돼 경기 성남시 분당구 국군수도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중태다. 이 이병이 발견되기 20여 분 전에 부근에서 총성이 들렸다.

모 전문대를 다니다 5월 9일 입대한 이 이병은 6월 소속부대에 배치됐으며 내성적인 성격으로 알려졌다.

총상을 입은 박 상병과 김 병장은 국군수도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으나 심장과 가까운 왼쪽 어깨에 관통상을 입은 박 상병은 오전 4시 45분경 과다 출혈로 사망했고 왼쪽 팔에 관통상을 입은 김 병장은 치료를 받고 있다.

육군수사단 제3지구대는 사건 발생 경위와 이 이병의 범행 동기에 대해 부대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조사를 벌이고 있다.

▽공염불 총기 사건 대책=총기 탈취 및 탈영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군 당국은 각종 대책을 내놓았다. 지난해 6월 19일 경기 연천군 중부전선 전방 감시소초(GP)에서 총기 난사로 8명의 장병이 희생되자 국방부는 법무관리관실 내에 인권팀을 신설하는 등 병영 문화 개선에 총력을 기울였다.

당시 윤광웅 국방부 장관은 “군내 구타·가혹행위와의 전쟁을 선포해서라도 이를 근절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이 이병의 범행 동기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병영 문화에 아직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 이병 소속부대는 이 이병이 탈영한 사실을 1시간이 지나도록 경찰에 알리지 않는 등 초동조치를 소홀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가평경찰서는 청평 군경 합동근무소의 전경에게서 보고를 받고서야 비로소 탈영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경찰은 사건 발생 1시간 10여 분이 지난 오전 2시 27분경에야 기동타격대를 배치하는 등 조치를 취했다.

클릭하면 큰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위의 이미지 클릭후 새창으로 뜨는 이미지에 마우스를 올려보세요. 우측하단에 나타나는 를 클릭하시면 크게볼 수 있습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