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외부선장론]“그 배를 왜 타나” “왜 태워야 하나”

  • 입력 2006년 8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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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6일 제기한 ‘외부 선장론’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여권의 대선 후보를 외부에서 영입하겠다는 의사 표시이자, 듣기에 따라서는 재집권 구상의 일단을 밝힌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발언이기 때문이다.

당 안팎에선 우선 노 대통령의 발언이 실제로 특정 인사를 염두에 둔 것인지, 염두에 뒀다면 그 인사는 누구인지 등을 놓고 갖가지 설이 나돌았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의 영입 대상으로 꾸준히 거론돼 온 고건 전 국무총리,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박원순 변호사는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뜬금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고 전 총리의 한 측근은 7일 “특별히 할 얘기가 없다”고 했고, 박 변호사는 “전혀 모르는 얘기다. 왜 그런 말이 나오느냐”고 반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전 총장의 한 지인은 “정 전 총장은 아직 정치를 하겠다는 뜻을 밝힌 적이 없다”고 했다.

열린우리당에서도 노 대통령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놓고 해석이 분분했다. 특히 김근태 의장, 정동영 전 의장,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 등 당내의 ‘대선주자’들 사이에서는 노 대통령의 ‘외부 선장론’이 당을 지나치게 무시한 것 아니냐는 불만 기류가 일고 있다.

김 의장의 한 측근은 “노 대통령은 외부인사 영입에 방점을 둔 것이 아니다. (현 상황에서) 대통령이 어떻게 외부인사를 영입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해 노 대통령 발언의 현실성 문제를 지적했다. 김 의장 측은 다만 외부인사 영입에 반대하지 않으며 열린우리당이 검토 중인 오픈프라이머리(개방형 국민경선제)에 찬성한다는 원칙을 밝혔다.

독일에 머물고 있는 정 전 의장과 가까운 한 의원은 “노 대통령 자신이 낮은 지지율에서 시작했다가 경선 과정을 통해 떴다. 누구를 염두에 두고 데려오자는 취지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당 일각에서는 당내 대선주자 등이 문재인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법무부 장관 기용반대론을 제기하는 등 ‘인사권’에까지 개입하며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시도하는 것을 막고 이들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려는 계산에서 나온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야당들은 노 대통령의 발언이 ‘정권 연장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나라당 김형오 원내대표는 7일 “결국 정계개편과 대선에 관여해 정권 연장을 이루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며 “노 대통령은 대선 불개입 선언을 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아무리 유능한 선장을 모셔 와도 침몰하는 타이타닉을 되돌릴 수 없다”고 비난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노 대통령이 의도하든 하지 않았든, 공연히 불필요한 발언으로 정치권을 자극하고 대권 문제에 대한 분란을 일으킨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숭실대 강원택 교수는 “전임 대통령이 후임에 영향력을 미치려는 의도를 가졌던 나쁜 전례들이 많았기 때문에 노 대통령 발언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열린우리당이 대중적으로 큰 지지를 받고 있는 대표주자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구구한 억측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사람들로서는 대통령 발언의 배경을 궁금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외부 선장론’을 놓고 논란이 확산되자 진화에 나섰다. 정태호 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노 대통령의 언급은 민주적 경쟁을 통해 선장을 정하는, 누구든지 경쟁에 참여할 수 있다는 원론적인 의미의 언급이며 패배주의를 극복하고 당을 잘 지켜 나가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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