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론…색깔론…한나라당 전당대회 벌써부터 후유증 걱정

  • 입력 2006년 7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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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11일 서울 송파구 잠실체육관에서 전당대회를 열어 대표최고위원과 최고위원 4명 등 5명의 지도부를 선출한다.

8명의 후보가 출마한 이번 지도부 경선은 미래지향적 집권 비전 제시보다 대권주자들의 대리전 논란과 구태의연한 출신성분 논쟁, 색깔론 비방 등이 난무해 분열의 씨앗만 남겼다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경선은 대의원 9000여 명의 현장투표(1인 2표)와 일반 국민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7 대 3 비율로 합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최다득표를 한 후보가 대표최고위원이 된다.

▽깊어진 내부 골=이번 경선에서 선출되는 당 대표의 임기는 2008년 7월까지 2년이다. 내년 대선후보 경선의 대의원 구성을 좌우할 지역별 당원협의회장(옛 지구당위원장) 인선과 2008년 4월 총선 후보 공천 등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여기에 5·31지방선거 압승 이후 정권 창출에 대한 기대감이 당내에 확산되면서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 등 유력 대권주자들을 등에 업은 당권주자들의 줄세우기 경쟁으로 곳곳에서 마찰음이 터져 나왔다.

강재섭 후보 측이 먼저 이 전 시장의 이재오 후보 지원설을 퍼뜨리며 이번 경선을 대권주자의 대리전으로 몰고 갔다.

박 전 대표의 측근이자, 강 후보를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유승민 의원은 “박 전 대표가 강 후보에게 전화를 했다. 또 당원협의회장들에게도 전화를 걸고 있다”는 말까지 했다. 박 전 대표 또한 강 후보를 지원하며 경선에 개입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얘기다.

이 후보 측은 “가만히 있는 이 전 시장을 트집 삼아 은근히 박 전 대표를 당권경쟁에 끌어들여 덕을 보려는 사람들의 공작적 홍보전략”이라고 발끈했지만 경선은 이미 대권주자의 대리전으로 변질된 상황이었다.

한 당직자는 “대권을 염두에 두고 치르는 이번 경선은 김칫국 마시며 내부 감투싸움만 일삼다 실패했던 2002년 대선 때 상황을 연상시킨다”고 개탄하기도 했다.

▽구태 정당으로 돌아가나=‘개혁이나 안정이냐’로 시작됐던 후보들 간의 정체성 대결은 지지세력들 간의 색깔론 전쟁으로 비화되기 까지 했다.

특히 민중당 출신인 이 후보에 대해 일부 후보가 연일 색깔론 시비를 걸었다. 보수우익단체인 국민행동본부도 4일 이 후보의 남조선민족해방전선준비위원회 관련 투옥 경력을 거론하며 “이 후보는 전향 여부를 공개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공개 시비를 걸었다.

이에 이재오 후보는 “아무리 당권에 눈이 어두워도 험난한 대선을 두 차례나 전면에 나서 치른 사람에 대해 색깔론을 내세워 매도하는 것은 유신독재 시절 민주화투쟁을 좌익으로 엮어 넣은 독재정권을 쏙 빼닮은 행위”라고 역공했다.

대선후보들의 외곽 지지 세력들까지 줄세우기에 동원됐다. 강 후보 측은 박사모(박근혜님을 사랑하는 모임)가 강 후보를 지원하고 있다고 선전하는 등 적극 동원에 나섰다.

이 전 시장을 지지하는 모임인 ‘명박사랑’은 이에 “박 전 대표 측이 당을 분열하는 행위를 조장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박하는 등 곳곳에서 파열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경선이 이처럼 감정싸움으로 치닫는 상황을 두고 당내에서는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이 누차 다짐해 온 내년 대선후보 경선 결과에 대한 승복이 약속대로 지켜질 것인가에 대한 회의도 생겨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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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원 기자 swpark@donga.com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이재오-강재섭 ‘뿌리론’의 뿌리는▼

한나라당에서 때 아닌 뿌리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도부 경선에 나선 강재섭 의원과 이재오 의원이 시비의 대상이다. 1988년 민정당 전국구 의원으로 원내에 진출해 민정당 청년자원봉사단 총단장 등을 거친 강 의원은 ‘부패 여당’의 일원이었다는 점이, 이 의원은 좌파 성향을 보였던 민중당 사무총장 전력 때문에 색깔론 구설수에 올라 있다.

한나라당 구성원들의 ‘출신’을 보면 5공화국과 6공화국 초까지 여당이었던 민주정의당에 몸담았던 민정계, 김영삼 전 대통령과 정치를 함께했거나 김 전 대통령 집권 당시 영입된 범민주계, 한나라당이 야당이 된 뒤 정계에 입문한 초재선 그룹 등 크게 세 부류가 있다. 127명의 당 소속 현역 의원 가운데 민정계는 강재섭 박희태 이상득 의원 정도만 남았다.

1990년 3당 합당 때 합류한 민주계는 김덕룡 김무성 정병국 안경률 의원 등 김영삼 전 대통령과 통일민주당을 함께했던 인사들이 있다. 이재오 의원 및 김영선 의원, 김문수 경기지사 등도 김 전 대통령 집권 당시인 15대 총선(1996년) 때 영입돼 범민주계로 분류된다.

한나라당 의원 대부분은 야당이 된 뒤 정계에 입문해 민정계도 민주계도 아니다. 초재선 의원 모임인 ‘미래모임’ 단일 후보로 나선 권영세 의원은 “3당 합당으로 민자당이 탄생한 지 15년, 야당으로 바뀐 지도 9년이 됐는데 뿌리 논쟁으로 편 가르기가 성행하는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박성원 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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