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매니페스토 운동을 돌아본다]본보-의회발전硏 결산토론회

  • 입력 2006년 6월 10일 03시 00분


5·31지방선거 때 본보가 주도한 매니페스토 운동을 평가하고 앞으로 당선자들의 공약 이행 점검 방안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박찬욱 서울대 교수,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 오연천 한국의회발전연구회 이사장, 소네 야스노리 일본 게이오대 매니페스토연구회장. 이종승 기자
5·31지방선거 때 본보가 주도한 매니페스토 운동을 평가하고 앞으로 당선자들의 공약 이행 점검 방안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박찬욱 서울대 교수,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 오연천 한국의회발전연구회 이사장, 소네 야스노리 일본 게이오대 매니페스토연구회장. 이종승 기자
《본보와 한국의회발전연구회(의발연·이사장 오연천 서울대 교수)가 5·31지방선거 기간에 주도한 매니페스토(참공약 선택하기) 운동은 한국에서 정책선거의 가능성을 보여준 새로운 시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본보와 의발연은 후보들의 공약을 가능한 한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한국의 실정에 맞는 새로운 평가지표인 ‘FINE(파인)’을 개발해 전국 16개 지역의 시도지사 후보 41명의 공약을 평가하고 발표했다. 본보와 의발연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매니페스토 운동이 실제 어떤 성과를 거뒀고, 앞으로 당선자들의 공약 이행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를 논의하기 위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결산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오 이사장과 정광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박찬욱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 장훈 중앙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함성득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이현출 국회도서관 입법정보연구관, 윤승모 동아일보 정치부 차장이 참석했다. 또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가 피평가자, 매니페스토 운동의 권위자인 소네 야스노리(曾根泰敎) 일본 게이오대 매니페스토연구회장이 전문가의 위치에서 토론에 참여해 의견을 밝혔다.》

▽평가기관마다 기준 달라 문제=참석자들이 먼저 지적한 문제는 후보들의 공약 평가를 행한 기관들마다 서로 기준이 달라 같은 공약이라도 평가 기관에 따라 점수가 제각각이었다는 점이다.

이번 지방선거에는 본보와 의발연 외에 5·31스마트매니페스토정책선거추진본부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들도 각각의 평가기준을 갖고 시도지사 후보들의 공약을 평가했다.

오 당선자는 “평가 기관들마다 정책을 보는 시각 자체가 다른 것 같았다”며 “시민단체 등이 공약을 다각도에서 평가하는 게 아니라 그 단체가 가진 시각에서 재단하는 바람에 답답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소네 회장은 “같은 공약도 재계가 평가하는 것과 노동조합이 평가하는 것은 점수가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며 “공약을 평가하는 기관 자신의 평가 기준이 유권자의 평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관은 “후보의 공약을 최종적으로 선택하는 것은 유권자이기 때문에 여러 기관이 다양한 평가를 제시하면 유권자들의 판단에 한층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TV 토론에서는 정책 토론 어려워=참석자들은 “매니페스토 운동의 영향으로 이번 지방선거에서 과거와 달리 네거티브 선거운동이 줄어들고 TV 토론이 정책 이슈 위주로 진행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TV 토론에서는 사실상의 정책 토론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오 당선자는 “모든 방송사마다 평균 2회 이상 TV 토론에 참가했는데 매번 주제가 거의 같았고 정책 토론보다는 상대 후보와의 ‘싸움’을 요구받았다”며 “시청률을 의식하는 방송의 특성상 현안 외의 다른 주제를 다루기가 어려웠던 것 같다”고 말했다.

후보 개인의 역량이나 도덕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정책에 대해서만 평가하는 매니페스토 운동에는 근본 한계가 있다는 일부 지적도 있었다.

장 교수는 “공약 평가가 선거의 전부가 될 수는 없다”며 “선거에서 유권자의 평가를 받는 것은 후보의 자질과 정책 내용, 정당, 정치적 이슈 등 여러 가지”라고 말했다.

▽공약 이행 평가는 어떻게=참석자들은 매니페스토 운동이 제대로 결실을 보려면 공약이 실제로 어떻게 이행되는지를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소네 회장은 “매니페스토 운동은 선거, 실행체제 수립, 정책 실시, 실적 평가의 4단계 사이클로 이뤄진다”며 공약 이행 평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또 “실제 정책은 집행 정도를 수치화할 수 없는 것들도 있기 때문에 그런 정책은 행정체계 내부의 진행상황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에 대한 연구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발연은 앞으로 FINE 공약평가 지표와 지역 전문가 네트워크를 통해 16개 지역 시도지사 당선자의 공약이행 상황을 계속 추적해 수치화한 평가를 발표할 계획이다.

오 이사장은 “지방선거 당선자에 대한 공약 이행평가와는 별도로 올해 하반기에는 내년 대선에서 후보들의 공약을 평가하기 위한 기본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일본 게이오대 매니페스토연구회와도 공동 연구를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내년 한국 대선도 매니페스토 선거될 것”

“한국의 2007년 대통령 선거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벌어지는 본격적인 매니페스토 선거가 될 것이다.”

소네 야스노리 일본 게이오대 매니페스토연구회장은 5·31지방선거 과정을 평가한 뒤 한국의 정책선거 가능성을 이렇게 전망했다.

소네 회장은 2003년부터 일본에서 매니페스토 운동을 주도해온, 이 분야의 권위자로 꼽힌다. 그는 한국의회발전연구회 매니페스토연구팀의 자문위원으로서 이번 선거의 후보공약 평가에 참여했다.

소네 회장은 한국의 이번 지방선거와 일본의 2003년 5월 지방선거를 비교한 결과 “(뒤늦게 시작한) 한국의 매니페스토 운동이 일본에 비해 스피드나 내용면에서 더 충실했다”며 한국 쪽에 더 많은 점수를 줬다.

첫 시도임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후보들이 매니페스토 분석을 위한 공약을 작성했고, 공약의 내용과 수준이 일본을 앞섰다는 것. 일본의 경우 당시 매니페스토 분석이 가능한 수준으로 공약을 만들어 제출한 후보가 많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매니페스토 중심의 후보자 토론회가 그렇게 빈번하게 이뤄졌다는 것도 상당히 인상적”이라며 “이는 공약을 어떻게 시민들에게 전달할 것이냐는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소네 회장은 “한국의 매니페스토 선거는 다시 일본 정치에 영향을 줄 것이고 다른 아시아 국가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구호로 끝나지 않게 실천과정 공개”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는 9일 “선거 때 제시했던 공약들을 5가지 유형으로 나눠 구체적 실행계획을 짜고 있다”고 밝혔다.

매니페스토 작업이 선거과정의 구호로 끝나지 않도록 당선 후 곧바로 공약 이행을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는 것.

오 당선자는 이날 토론회에서 이 같은 추진 현황과 함께 재원조달 방안을 포함한 세부 실천계획을 수립한 뒤 이행 과정을 인터넷에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제시한 공약을 세어보니 모두 11개 분야에 단위사업이 260여 개에 이른다”며 “이렇게나 많은 공약을 내놓았는지 미처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공약들을 △즉시 추진 가능한 것(68개) △추가경정 예산에 반영해 추진할 것(26개) △임기 내에 계획을 수립해 완료할 수 있는 것(108개) △임기 내에 착수는 하되 완료는 힘든 것(58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5개) 등 5가지로 나눴다.

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할 공약은 관련단체의 의견 수렴과 홍보 등 충분한 준비가 필요해 아직 이행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게 오 당선자의 설명이다.

추가 예산 확보가 필요한 공약 26개는 7월 중에 실천계획을 수립해 추경 예산을 받을 계획이라고 했다.

오 당선자는 “선거기간에 약속한 대로 다른 후보들의 공약 중에서도 좋은 내용은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며 “민주노동당 김종철 후보의 ‘아토피 스톱(stop)’ 같은 공약은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