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급회담 공동보도문 발표 “납북자-국군포로 명시 못해”

  • 입력 2006년 4월 25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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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평양 고려호텔에서 끝난 제18차 남북 장관급회담 종결회의에서 남측 수석대표인 이종석 통일부 장관(왼쪽)과 북측 단장인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가 공동보도문 발표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평양=김경제 기자
24일 평양 고려호텔에서 끝난 제18차 남북 장관급회담 종결회의에서 남측 수석대표인 이종석 통일부 장관(왼쪽)과 북측 단장인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가 공동보도문 발표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평양=김경제 기자
남북한은 24일 끝난 제18차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8개 항의 공동보도문에 합의했다.

그러나 정부는 납북자와 국군포로 문제 해결을 가장 큰 목표로 삼고 북측에 반대급부로 ‘대규모 경제지원’과 ‘비전향 장기수 송환’을 제의했으나 가시적인 반응을 끌어내지 못했다.

▽“더 검토해보겠다”는 말만 되풀이=남측은 북측에 경제 지원의 세부 계획을 제시하며 공동보도문에 납북자와 국군포로의 생사 확인 및 상봉, 송환을 추진하는 안을 포함시킬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측은 ‘좋다’ ‘싫다’는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서 “더 검토해 보겠다”는 말만 되풀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은 지금까지 납북자와 국군포로에 대해 ‘북의 체제가 좋아서 월북한 사람들’이라고 주장해 왔기 때문에 갑자기 입장을 바꿔 송환을 추진하는 데 부담을 갖는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공동보도문에는 ‘남과 북은 전쟁 시기와 그 이후 소식을 알 수 없게 된 사람들의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하였다’는 문구가 포함되는 데 그쳤다. 여기서 ‘소식을 알 수 없게 된 사람들’은 납북자와 국군포로를 의미한다.

이는 2월 제7차 남북 적십자회담에서 ‘이산가족 문제에 전쟁 시기 및 그 이후 시기의 소식을 알 수 없게 된 사람들에 대한 생사 확인 문제를 포함시켜 협의 해결해 나가기로 한다’고 합의했던 것보다는 진전된 것이다.

적십자회담에선 ‘생사 확인’으로 국한됐으나 이번 장관급회담에서는 생사 확인뿐 아니라 상봉 송환까지 포괄하는 ‘문제’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한강 하구 공동 이용 등 합의=남측이 제안했던 ‘한강 하구 공동 이용’은 북측이 원칙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남측이 제안한 함경남도 단천 지역의 ‘민족공동자원개발 특구’ 지정에 대해 북측은 “관계기관과의 협의가 필요하다”며 지역을 명시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합의했다.

북측은 이번 회담에서 남측에 쌀 50만 t과 비료 30만 t을 지원해 줄 것을 요청했다.

남북은 제19차 장관급 회담을 7월 11∼14일 부산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부산에서 남북 장관급회담이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평양=공동취재단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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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에 ‘모종의 대가’ 약속했나…‘DJ 6월 방북 추진’ 합의 배경에 관심

남북이 24일 끝난 제18차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6월 방북을 추진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방북이 실현되기까지의 난관과 실현될 경우의 문제점을 둘러싼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우선 실리가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 북한의 태도를 감안할 때 DJ의 방북 추진 합의 배경에 북한에 대해 상응한 ‘보상’을 해주겠다는 약속이 이뤄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통일연구원 전현준(全賢俊)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정부로서는 북핵문제 해결에서 DJ가 모종의 역할을 해 주기를 기대하는 측면이 있다”며 “정부가 보증하는 형태로 대북 경제지원을 약속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송영선(宋永仙) 제2정책조정위원장은 “북한은 DJ의 방북을 통해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관련 합의를 해 줬을 것”이라며 “이 점에서 DJ가 들고 갈 보따리가 무엇인지에 따라 합의 사항 준수 여부가 달려 있다고 본다”고 했다.

정부가 DJ의 방북을 통해 북한에 줄 선물 보따리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방북 자체가 상당한 난관에 부닥칠 수도 있다는 분석인 것. 실제로 이번 합의 과정을 보면 북한이 DJ의 방북 문제에 대해 나중에 ‘다른 말’을 할 요소가 없지 않아 보이기도 한다.

DJ는 경의선 철도를 이용한 방북을 희망하고 있지만 북측은 이번 회담에서 경의선 열차의 시범 운행에 합의해 주지 않았다.

이종석(李鍾奭) 통일부 장관은 이날 회담이 끝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북측이 당초 DJ의 방북 문제에 대한 실무 협의를 마친 뒤 6월에 방북 합의를 발표하길 원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정부 내에서도 북측이 DJ의 방북을 ‘복잡한 문제’로 생각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박성원 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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