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총리 사퇴]사태전말과 남은 숙제들

  • 입력 2006년 3월 15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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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절한 시기에 부적절한 동반자와 골프를 친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가 사건 발생 14일 만에 낙마(落馬)했다.

이 총리는 골프 파동 이후 줄곧 사실을 숨긴 데다 ‘로비 골프’ 의혹에 이어 ‘내기 골프’와 ‘황제 골프’ 등 새로운 사실들이 속속 밝혀지면서 막다른 길로 몰렸다.

▽범죄 관련 의혹=골프 파동 이후 관련자들은 거짓말과 해명으로 위기를 모면하려 했으나 오히려 의혹을 더 키웠다. 따라서 이 총리 낙마 후에도 남은 의혹과 풀어야 할 의혹이 많다.

뇌물수수와 주가조작 등 범죄 관련 의혹은 검찰 수사에서 밝혀져야 한다. 우선 이 총리가 참석한 3·1절 골프 모임에서 내기가 실제로 있었는지, 골프 접대가 대가성이 있는 뇌물수수에 해당하는지 등이 밝혀져야 한다.

또 골프 당시 영남제분 유원기(柳遠基) 회장의 주식매매 등과 관련한 청탁이 있었는지를 밝히는 것도 과제다.

영남제분의 밀가루 가격 담합과 한국교직원공제회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가 조작 의혹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 시선이다.

이 밖에도 법적 책임 여부를 떠나 진상 규명 차원에서 밝혀져야 할 의혹도 많다.

이 총리가 김해공항에 도착해서부터 서울로 떠날 때까지 하루 종일 유 회장과 함께했는데 어떤 이야기가 오갔으며,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가격 담합 혐의로 조사받은 것에 대해 로비를 받지 않았는지 등도 밝혀져야 한다.

골프 모임을 누가 언제 주선했나 하는 점도 아직 명확하게 드러난 게 없다. 처음에는 ‘총리가’, 다음에는 ‘부산 지역 상공인이’ 등으로 유야무야 넘어갔다.

한 기업인이 카드로 계산했다고만 밝혀진 그린피 계산도 누가 했는지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내기는 40만 원이 아니라 100만 원이 아니냐는 의문도 아직 남아 있다.

▽골프 모임 전말=이 총리의 3·1절 골프 모임은 공교롭게도 전날 한나라당 홍준표(洪準杓) 의원과 ‘부적절한 골프’를 놓고 설전을 벌인 뒤에 이뤄졌다.

이런 가운데 철도 파업 첫날 골프 모임을 했다는 내용이 지방 언론에 처음 보도됐고, 연이어 이 총리의 골프 파트너들이 ‘불법 정치자금 제공 기업인’이었다는 본보의 단독기사가 보도되면서 골프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본보의 교직원공제회와 영남제분 주식투자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골프 파문이 ‘의혹 덩어리’로 번졌다.

그러나 당시 골프 모임 참석자들은 거듭된 확인에도 “참석하지 않았다”거나 “모른다”로 일관했다.

파문이 더 확대되자 이 총리는 5일 대국민 사과를 발표한 뒤 “대통령 해외순방 후 거취를 표명하겠다”며 사실상 사퇴하는 듯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이 6일 아프리카 3개국 순방길에 오르면서 ‘사퇴’보다는 ‘유임’ 쪽에 무게를 뒀다.

하지만 이기우 교육인적자원부 차관의 거짓 해명이 드러나면서 ‘의혹’이 꼬리를 물었다. ‘황제 골프’ 의혹에 이어 10일에는 ‘내기 골프’ 의혹, 12일에는 유 회장과의 밀착 동행 등이 연이어 터졌다.

결국 이 총리는 13일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라며 사태 발생 이후 4번째 사과를 한 뒤 14일 자리에서 물러났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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