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의원 관여 정황은 인정…단서 없어 책임 못물어”

  • 입력 2005년 11월 16일 03시 03분


러시아 유전개발 투자 의혹 사건을 수사한 정대훈(鄭大勳) 특별검사팀이 3개월간의 공식 수사 일정을 마치고 15일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검팀은 권력 실세가 철도청의 유전사업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밝혀지지 않아 검찰의 수사 결과를 재확인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했다.

▽정치권 등 외압 못 찾아=특검팀은 유전사업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아 온 열린우리당 이광재(李光宰) 의원이 관여한 결정적 단서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이 의원을 의심할 만한 정황은 인정되나 형사책임을 묻기에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이 의원에 대해 검찰이 내린 ‘내사 중지’ 상태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 의원의 결백 여부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 셈이다.

특검팀은 또 청와대와 러시아 주재 한국대사관, 산업자원부, 국가정보원 등 정부 부처가 외압을 넣은 의혹을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전대월(全大月·구속기소) 전 하이앤드 대표가 지난해 4월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비자금 1억5000만 원을 조성한 사실을 추가로 확인했지만 용처를 밝혀 내지 못했다.

다만 특검팀은 유전사업 자금 650만 달러를 철도공사에 빌려준 우리은행의 대출 절차에 하자가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금융감독원에 제재를 의뢰하기로 했다.

▽‘의혹의 핵’ 허문석 씨는 끝까지 귀국 거부=한국크루드오일 대표 허문석(許文錫·기소중지) 씨는 사건 초기부터 이 사건의 핵심 인물로 알려졌다. 허 씨를 조사하지 않는 한 이 사건은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높았다.

허 씨의 대리인은 10월 말까지 “무혐의를 약속해 주면 귀국하겠다”며 특검팀과 협상을 벌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특검팀은 진상 규명을 위해 허 씨 측에 ‘불구속 기소’를 제시했지만 허 씨는 끝내 귀국하지 않았다.

▽특검 무용론 논란=이 같은 수사결과는 특검 출범 당시부터 어느 정도 예고됐다.

검찰 수사 발표 직후부터 야당은 정치 공세를 이어가며 특검을 요구했고 여당도 정치적 득실을 계산한 뒤 이에 동조했다.

특검팀은 3개월 동안 대통령비서실, 외교통상부의 컴퓨터를 임의 제출 형식으로 넘겨받았고, 청와대 내부통신망 ‘이지원’에 접속해 관련자의 e메일 등도 조사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후원회장이었던 이기명(李基明) 씨 사무실 등 9곳과 관련자 48명의 e메일 계정, 450여 개의 금융계좌를 압수수색했다.

특검팀은 11억8000만 원의 세금을 쓰면서도 ‘의미 있는’ 새 사실을 찾는 데 실패했다.

정 특검은 이날 수사 발표를 마치며 “미국의 리크게이트 특검은 22개월 동안 진행됐고 지금도 진행 중”이라며 “권력 또는 권력 주변이 어떤 일을 했느냐를 수사하면서 3개월은 짧다고 할 수 있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러시아 유전개발 투자 의혹사건 특검 수사 결과
주요 의혹특검의 결론
이광재 의원 외압일정 부분 연관돼 있다는 정황은 있으나 형사 책임을 묻기에는 부족.
청와대 인지청와대가 조직적으로 철도청의 유전개발사업을 보고받거나 관련 지시를 한 흔적이 없음.
허문석 씨 국외 도피에 이기명 씨 관여출국 전후 연락은 했으나 도피에 관여했다고 단정 못함.
산업자원부 건설교통부 국가정보원 등 정부 부처 개입 개입 또는 외압 행사했다는 정황을 확인할 수 없음.
우리은행 650만 달러 대출 과정에서 외압 및 청탁이광재 의원 등의 외압을 단정하기 어려움.
러시아 유전회사 알파에코 계약 및 파기 과정 개입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대통령민정수석실 등의 개입이나 외압 흔적이 없음.
러시아 유전개발 투자 의혹사건 특검 수사 결과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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