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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11월 10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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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리틀 DJ’로 불리던 한화갑(韓和甲) 민주당 대표가 정계 개편을 언급하고, 청와대는 열린우리당과의 거리 두기에 나선 듯한 모습을 보여 정국이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헤쳐 모여 식 정계개편?=한 대표는 9일 평화방송 ‘열린 세상 장성민입니다’에 출연해 “노무현 대통령의 탈당 사태가 당장 오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런 사태가 오면 헤쳐 모여 식의 얘기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의 발언은 전제 조건이 붙긴 했지만 열린우리당에서 민주당과의 통합론이 제기되는 와중에 나온 것이어서 심상치 않은 반향을 낳았다. 일각에선 한 대표가 합당 가능성을 시사한 게 아니냐는 얘기도 있지만 열린우리당 내 통합론자들을 흔들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유종필(柳鍾珌) 민주당 대변인은 “한 대표의 발언은 열린우리당을 해체하고 개별적으로 오라는 뜻”이라며 “반란군(열린우리당)과의 당 대 당 통합은 명분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청와대를 비롯해 열린우리당 내 통합 반대론자들의 입장도 단호하다. 청와대에선 열린우리당 내 일부 의원의 민주당과의 통합 주장에 대해 “결국 과거 지역주의 정치로의 회귀를 의미한다는 것 아니냐”는 인식이 강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만약 통합 논의가 지역구도 복원으로 흘러간다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심(金心) 잡기 경쟁=정세균 의장 등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8일 DJ를 방문해 ‘격려’를 받았다고 하자 민주당과 한나라당도 이에 뒤질세라 DJ 방문 일정을 공개했다.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14일, 민주당 한 대표는 16일 각각 DJ를 방문하기로 했다. 양 당 대표는 8월 이후 두 차례 입원한 DJ를 병문안하려 했으나 DJ 측이 고사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간에는 ‘김심’을 둘러싼 아전인수 격 논쟁도 치열하다.
이날 열린우리당 확대간부회의장은 ‘DJ 칭송 경연장’을 방불케 했다. 배기선(裵基善) 사무총장은 “김 전 대통령으로부터 ‘여러분이 나의 계승자’라는 말씀을 듣고 더욱더 김 전 대통령께서 남기신 훌륭한 정치적 자산을 이어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DJ는 8일 열린우리당 지도부에 “열린우리당이 민주당에서 분당해 나간 것은 잘못 아니냐”는 취지의 발언을 하는 등 고언을 많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창당기념 메시지는 없다?=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 창당 2주년 기념식에 축하 메시지를 보내지 않기로 했다. 축하 화환은 보내지만 별도의 입장 표명은 없다는 것.
이를 두고 최근 10·26 재선거 참패 이후 불편해진 당-청 관계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 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돈다. 내년 초 노 대통령 탈당설이 끊이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창당 1주년 기념식에 김우식(金雨植)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을 통해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성공한 정당을 만들자”는 취지의 축하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당이 모든 책임을 대통령에게 떠넘기는 것은 온당치 못한 일”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그러나 김만수(金晩洙) 청와대 대변인은 “별다른 뜻이 없다”고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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