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님이 돈벌라고 쌍꺼풀수술 해줬어요”

  • 입력 2005년 10월 7일 03시 06분


코멘트
북한이 확 달라졌다. 돈 되는 일이라면 뭐든지 다할 듯한 기세이며 남측 인사들을 대하는 태도도 눈에 보이게 부드러워졌다.

▽손님이 있는 곳은 어디나 간다?=지난달 30일 오후 11시 평양 양각도호텔. 숙소인 39층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기자 일행을 맞은 것은 ‘간이 바’. 엘리베이터에서 객실로 가는 길목에 3명의 여종업원이 판매대를 설치하고 맥주 양주 등을 팔고 있었다.

여종업원은 “손님이 계시면 밤새도록 (영업)합니다”라며 싱긋 웃었다. 투숙객이 있는 층에는 모두 간이 바를 차려놓았다. 주객(酒客)을 찾아다니는, 적극적인 영업이다. 이 호텔에는 47층 회전 전망대와 지하 바가 있다.

여성 안마사들의 안마 서비스도 성행하고 있었다. 건강관리실에 찾아가 안마를 받을 경우 1시간에 25유로(약 3만1000원)지만 객실로 찾아오는 ‘출장안마’는 40유로(약 5만200원)다. 출장안마엔 안마사 외에 안마하는 사람을 지켜보는 ‘봉사원’이 동행한다.

▽전 인민의 세일즈맨화?=2일 오후 5시 평양 개선문 옆 ‘금강산 상점’의 기념품 매장. 대남경제협력사업을 하는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 관계자가 갑자기 ‘세일즈맨’으로 돌변했다. 북한판 비아그라인 ‘천궁백화(天宮百花)’를 가리키며 “옛날 조선왕실에서부터 사용하던 성기능 강화제다. 부작용도 없다”며 세일즈에 열을 올렸다.

남측 관광객들이 너도나도 사는 바람에 재고물량이 동나자 민경련 관계자는 추가 주문을 받은 뒤 무전기를 이용해 누군가에게 “내일 아침까지 호텔로 가져오시라”며 판매에 적극성을 보였다. 천궁백화는 50알들이 1통에 15유로(약 1만8800원).

참을성도 많아졌다. 몇 해 전만 해도 남측 인사의 사소한 말실수에도 발끈하곤 했던 북측 관계자들은 남북의 언어 차이를 인정하면서 어지간한 말실수는 그냥 웃어넘겼다. 남측 인사들이 습관대로 ‘접대원 동무’를 아가씨라고 불러도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1일 대북 투자설명회에서는 남측 인사들이 북측 관계자들의 태도가 다소 고압적이었다며 불만을 토로하자 북측은 이를 차분히 경청한 뒤 실수를 인정하기도 했다.

▽북측여성도 성형미인?=양각도호텔 식당에서 봉사원으로 활동하는 한 여성은 “유달리 북측 여성들은 쌍꺼풀이 있는 사람이 많다”는 기자의 질문에 “장군님(김정일 국방위원장 지칭)께서 원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쌍꺼풀 수술과 코 높이는 수술을 해줬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방북단 일원이었던 한 기업체 여사장은 “자연미를 살려 가볍게 쌍꺼풀 수술을 한 것이 남측과 비교됐다”며 “남측에 각종 행사가 있을 때 단체로 오는 응원단이나 방문단들도 대부분 쌍꺼풀 수술을 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평양=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