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삼성문제 윈-윈해법 있었으면…”

  • 입력 2005년 9월 28일 03시 02분


코멘트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까지 삼성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보냈다. 현 정부가 삼성과 밀월관계에 접어든 것처럼 보이는 시그널은 곳곳에서 감지됐다.

노 대통령은 3월 이례적으로 서울 용산구 한남동 삼성 리움미술관을 찾아 이건희 삼성 회장 내외를 만났다. 5월엔 이 회장이 참석한 행사에서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 정부가 제시한 개혁 과제의 밑그림이 삼성 측 보고서를 기반으로 했다는 설도 나돌았다. 노 대통령과 가까운 한 여권 인사가 삼성에 주요 현안에 대한 보고서 작성을 의뢰했다는 얘기도 있었다.

그러나 옛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의 도청 녹취록에 삼성의 불법 정치자금 제공 관련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상 기류’가 형성됐다는 것이 청와대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삼성에 대한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금산법 개정안이 삼성 봐주기 의혹에 휩싸이자 지난달 직접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을 통해 경위 파악을 지시했다.

노 대통령은 27일 중앙언론사 경제부장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삼성의 지배구조 문제를 지적하면서도 삼성을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것은 경계했다.

노 대통령은 “정부가 이 문제를 일도양단(一刀兩斷) 식으로 잘라버리면 다음에는 경영권 유지에 관한 문제를 놓고 한참 동안 많은 싸움이 있을 가능성이 있기에 망설일 수밖에 없다”며 “원칙적인 입장에서 봐도 정부가 이 문제를 칼로 무 자르듯이 싹둑싹둑 자르기가 쉽지만은 않은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지금까지 흑백을 가르는 쪽에 서 있었다”며 “하지만 대통령을 해 보니 정치도 해야 하고, 경제도 살려야 하는 등 서로 모순되고 충돌되는 수많은 것을 조화롭게 가져가 모두가 체면을 살리고 승자가 되는 방법이 있으면 참 좋은 일이라고 보게 됐다”고 말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