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비싼 돈 내고 北 선전劇 박수 치러 가야 하나

  • 입력 2005년 9월 24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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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지원사업을 벌이는 22개 민간단체 회원 9265명이 다음 주부터 10월 하순까지 북한을 방문한다. 북측이 체제 선전을 위해 제작한 ‘아리랑’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서다.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굿네이버스 등 민간단체들은 1박 2일의 짧은 일정 동안 공연 관람 외에 대북지원 실태 조사를 위한 현장방문과 평양지역 문화유적 답사도 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는 비판을 피하기 위한 ‘포장’일 뿐이다.

‘아리랑’은 노동당 창건 기념일(10월 10일)에 맞춰 주민들에게 ‘체제의 우월성’을 선전·고취할 목적으로 제작한 공연물이다. 1만8000명이 동원돼 펼치는 카드섹션에는 ‘조국 해방의 은인이신 어버이 수령’ ‘장군님(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수령님(김일성 주석)과 함께 오셨습니다’ 등 ‘권력 세습 부자(父子)’를 우상처럼 찬양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노동당은 규약에 남한 적화(赤化)통일을 규정하고 있는, 대한민국 헌법상 반(反)국가단체다.

1인당 100만 원 선인 요금도 공연관람료(특석 300달러∼C석 50달러)에 전세기 항공료가 포함됐다고는 하지만 터무니없다. 당일치기 개성관광 비용은 19만5000원, 2박 3일의 금강산 관광 요금은 39만∼54만 원 선이다. 결국 북한은 이번 행사로 체제도 선전하고 100억 원대의 현금도 챙기는 셈이다.

북한은 최근 세계식량계획(WFP)의 식량 원조를 내년부터 안 받겠다면서 비정부기구(NGO) 요원들에게 연내 철수를 요구했다. 한국(연 50만 t)과 중국(15만 t)이 제공하는 쌀로 식량부족분을 메울 수 있는 만큼 국제기구의 까다로운 감시를 안 받겠다는 의도다.

이쯤 되면 북은 남을 ‘돈줄이자 젖줄’쯤으로 간주한다고 봐야 한다. 비싼 돈 내고 체제 선전극까지 보러 가서 박수나 친다고 북한 주민들의 삶과 인권 참상이 바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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