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파일 내용, '97년 稅風' 닮은꼴

  • 입력 2005년 9월 15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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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국세청을 이용한 대선자금 불법 모금 사건인 ‘세풍(稅風) 사건’ 검찰 수사 기록이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의 도청 자료인 ‘X파일’에 나오는 삼성의 대선자금 관련 대화 내용과 많은 부분이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세풍 사건 수사 기록에 담긴 홍석현(洪錫炫) 전 중앙일보 사장의 돈 전달 개입 정황이 X파일 내용의 신빙성을 뒷받침하고 있어 주목된다.

인터넷 매체인 ‘오마이뉴스’가 보도한 세풍 사건 수사 기록에 따르면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의 동생 회성(會晟) 씨는 검찰 조사에서 “1997년 9∼11월 4차례에 걸쳐 60억 원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모 아파트 주차장에서 전달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회성 씨는 당시 누구에게서 돈을 받았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이 매체는 당시 홍 전 사장이 ‘압구정동 H아파트’에 살고 있었으며, X파일에 홍 전 사장이 회성 씨를 자신의 집 근처로 불러 돈을 건넸다고 얘기한 부분 등을 들어 홍 전 사장이 당시 자금 전달책이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돈을 건네준 장소에 대해 더 추궁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당시 자금 전달 시기가 정치자금법 시행 이전이어서 대가성이 없을 경우 죄가 되지 않아 이 부분은 기소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당시 수사검사는 “압구정동 H아파트 주차장은 현대 비자금 사건 등 여러 사건에서 돈 전달 장소로 이용됐던 곳”이라며 “돈 받은 사람이 시인하는 상황에서 ‘왜 거기서 받았나’라고 물어볼 이유가 없어 조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 간부도 “돈 전달 장소가 특별히 의미가 있어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김종빈(金鍾彬) 검찰총장은 “1997년 대선자금 내용은 다 수사가 됐던 부분이며 당시 기소할 수 없거나 필요가 없어 굳이 발표하지 않았던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아파트 주차장은 남의 눈에 잘 띄지 않고 강남과 강북 접근성이 좋아 ‘은밀한’ 돈 전달 장소로 자주 이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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