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아더를 건드리지 말라”

  • 입력 2005년 9월 13일 03시 07분


청와대는 일부 단체가 11일 인천 중구 자유공원의 맥아더 동상 철거를 시도했던 데 대해 “불법적인 동상(사진) 철거 시도는 한미 우호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성숙한 역사의식에도 반하는 행동”이라고 12일 밝혔다.

청와대는 이날 이병완(李炳浣) 대통령비서실장 주재로 열린 일일현안점검회의에서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며 동상 철거 시도 과정에서 빚어진 폭력사태에 대해서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고 최인호(崔仁昊) 부대변인이 전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지방언론사 편집국장단 간담회에서 맥아더 동상 철거 문제에 대해 “미국 정부뿐만 아니라 미국 국민들의 자존심이나 한국에 대한 인식을 굉장히 악화시킬 수 있는 일”이라고 반대한 바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도 12일 오전 상임운영위원회에서 “맥아더 동상은 6·25전쟁을 직접 겪은 인천 시민들이 고마움의 표시로 성금을 모아 건립한 것”이라며 “정부는 법질서를 무시하고 한미동맹을 뒤흔드는 이런 행위에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재섭(姜在涉) 원내대표도 “정부와 여당이 국가보안법을 송두리째 폐지하자고 주장하고 강정구(姜禎求) 교수의 ‘미국은 은인이 아니라 원수’ 발언에 철저히 대처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고 비난했다. 김무성(金武星) 사무총장은 “11월 부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이런 사건이 발생하면 국가 체면이 뭐가 되겠느냐”고 개탄했다.

한편 인천시는 12일 “중구 자유공원에 있는 맥아더 장군 동상의 철거 또는 이전 문제는 국가나 지역 이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안상수(安相洙) 인천시장은 “역사는 역사적인 사실로 존중돼야 하고, 역사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념적으로 대립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6·25전쟁 중 총사령관이었던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 성공에 대한 역사성과 장소성에 대한 평가는 국제적으로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그는 “맥아더 장군 동상의 철거는 유엔 참전 국가와의 국제 관계나 최근 재개된 6자회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9·15 인천상륙작전은 국제평화와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이뤄진 역사적인 사실임을 상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11일 집회에서 대나무봉과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등 폭력을 행사한 진보단체 회원들을 찾아내 형사처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