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美에 이례적 위로편지…“청와대 을지훈련 도발” 비난

  • 입력 2005년 9월 5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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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적십자회가 3일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미국이 큰 피해를 본 것을 위로하는 편지를 미국 적십자사에 보냈다.

북한적십자회는 편지에서 “하루빨리 피해를 가시며(회복하고) 피해지역 주민들이 안착된 생활을 하기 바란다”고 밝혔다고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통신은 편지의 전문은 보도하지 않았다.

최근 방북했던 톰 랜토스(민주당) 미 하원의원도 “전 유엔 주재 북한대사가 미국의 피해에 대해 위로의 뜻을 표시하고 이를 미국 측에 전달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이날 전했다.

북한이 재난을 당한 미국을 위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미국이 2001년 9·11테러를 당했을 때 북한은 평양 주재 스웨덴 대사관을 통해 미 국무부에 유감을 표명했지만 직접 위로의 뜻을 전달하지는 않았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6자회담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면서 장기적으로 미국과의 외교관계 정상화를 염두에 두고 취한 조치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 북한이 국제사회에서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대형 재난을 당한 외국에 관심을 표명하는 외교 전략을 구사한다는 관측도 있다.

지난달 콜롬비아 여객기 추락사고로 프랑스 국민이 사망했을 때 백남순(白南淳) 북한 외무상은 필리프 두스트블라지 프랑스 외무장관에게 위로전문을 보냈다. 또 박봉주(朴鳳柱) 북한 내각총리는 7월 런던 테러 발생 직후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에게 전문을 보내 위로한 바 있다.

한편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은 2일 종료된 한미 연합훈련인 을지포커스렌즈훈련과 관련해 청와대를 직접 거론하며 남한 당국을 강하게 비난했다.

조평통 대변인은 3일 “남조선 당국은 을지훈련이 시작되자마자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훈련계획을 점검하며 전시태세를 고취하는 행동까지 했다”면서 “이것은 민족의 지향에 대한 도전이고 대세의 흐름에 역행하는 도발”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따라 정부 일각에선 13∼16일 평양에서 열릴 예정인 남북장관급 회담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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