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6일째… 합의문 문안 조율

  • 입력 2005년 8월 1일 03시 10분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31일부터 합의문 문안을 본격 조율하는 단계로 진입함에 따라 합의문에 무슨 내용이 담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합의문 서문에는 6개국이 일치된 목소리로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는 문장이 담길 전망이다. 다만 이를 어느 수준에서, 어떤 표현으로 담을 것인지는 쉽지 않은 문제이다.

이와 관련해 ‘1992년 한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남북공동선언’을 기초로 비핵화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남북공동선언에 대해 “남북 간 합의를 통해 만든, 완벽하지는 않지만 현존하는 가장 좋은 비핵화의 준거 틀”이라고 말했다. 남북공동선언엔 ‘남과 북은 핵재처리 시설과 우라늄 농축 시설을 보유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남북공동선언을 재확인할 경우 ‘남북은 핵에너지를 오직 평화적 목적에만 이용한다’는 대목이 문제가 될 수 있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이 주장하고 있는 평화적 핵 이용권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결국 북한이 주장하는 ‘경수로 건설 재개’가 합의문에 반영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얘기다.


또 대북(對北) 안전보장 및 경제지원과 관련해선 평화협정이나 다자안전보장 등 안전보장의 구체적 형태와 경제지원의 내용까지 합의문에 담길 수 있을지 미지수다.

북-미 관계정상화도 합의문에 들어갈 기본 메뉴이지만 북한이 핵 폐기 시 정치·군사·경제적인 면에서의 포괄적인 정상화에 착수한다는 원칙적인 선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북핵 폐기 문제도 조건과 절차, 범위 등을 상세하게 적시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합의문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 △검증을 수반한 북핵 폐기 △대북 안전보장과 경제지원 △북-미 관계정상화 등을 원칙적으로 천명하는 선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 제공, 북한 인권 및 미사일 등 민감한 문제는 다음 과제로 넘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구 하나하나를 놓고 6개국 대표들이 장시간 머리를 맞대는 것은 단어 하나에 따라 각국의 이해관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는 민감성 때문이다.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텍스트(문건)는 짧을지라도 한 줄 한 줄이 참가국들에는 매우 중요하다”고 한 것은 각국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작업인지를 잘 보여 준다.

만약 합의문에 선언적 규정만 담는다 하더라도 형식이 공동발표문이라면 그 의미는 작지 않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6개국이 공식적으로 북핵 폐기에 대해 합의하는 첫 문건이기 때문이다. 1∼3차 6자회담은 구속력이 매우 낮은 의장요약이나 의장성명을 발표하는 데 그쳤다.

6개국 대표들은 회담이 예상보다 길어짐에 따라 귀국 항공편을 연기하고 휴일도 잊은 채 합의문 작성을 위한 협상에 몰두하고 있다.

베이징=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1992년 비핵화 공동선언:

남북한이 ‘한반도의 비핵화를 통해 핵전쟁의 위험을 제거하고 조국의 평화와 평화통일에 유리한 조건과 환경을 마련하자’는 취지로 1991년 12월 31일 판문점에서 열린 회담에서 합의하고 1992년 발효시켰다. 전문과 6개 항으로 이뤄진 이 공동선언은 ‘남과 북은 핵무기의 시험 제조 생산 접수 보유 저장 배비(배치) 사용을 하지 않으며 핵 재처리시설과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유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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