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인사챙기기]겉으론 지역구도 극복 속내는 정치적 계산

  • 입력 2005년 6월 29일 03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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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영남 낙선 인사 챙기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노 대통령은 이를 “지역구도 극복을 실천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하지만 정치적 계산에 따른 게 아니냐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실제 노 대통령이 중용한 영남 낙선자 중에서는 내년 지방선거 출마설이 나도는 인사가 적지 않다. 영남 낙선자 배려의 반작용은 호남 인사 요직 배치로도 나타난다.

▽왜 영남 낙선자인가=노 대통령은 27일 열린우리당 당원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내가 몸담았던 정당은 영남에서 지지가 없다보니 명망 있는 사람들이 들어오지 않고, 그러다보니 선거 때만 되면 인물이 없다는 소리를 듣고 당내에서도 자연 소외된다”고 밝혔다.

이어 노 대통령은 “이렇게 악순환이 되다 보면 지역구도는 더욱 굳어지게 마련”이라며 영남 낙선자를 중용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논리대로라면 고위직을 지낸 영남 출신 후보들 중 상당수는 지난해 총선에서 당선돼야 했다. 당시 윤덕홍(尹德弘)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김두관(金斗官) 행정자치부 장관, 권기홍(權奇洪) 노동부 장관, 최낙정(崔洛正) 해양수산부 장관, 이영탁(李永鐸) 국무조정실장 등이 총선에 출마했지만 모두 낙선했다. 이해성(李海成)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등 청와대 비서관들도 끝내 지역 구도를 극복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노 대통령이 지역주의 타파의 문제를 ‘선거에서의 승리’라는 정치적 결과에만 초점을 맞추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벌써 이재용(李在庸·대구) 신임 환경부 장관, 오거돈(吳巨敦·부산) 해양부 장관, 이영탁(경북) 증권선물거래소 이사장, 송철호(宋哲鎬·울산) 국민고충처리위원장 등은 내년 지방선거 출마설이 나온다.

이에 대해 민주당 유종필(柳鍾珌) 대변인은 “정부기관이 열린우리당 지방선거 후보 양성소냐. 공수부대도 낙하훈련을 잘 시켜 낙하지점을 고르는데, 이 정부는 아무 데나 내린다. 운 좋은 사람은 장관으로, 조금 운 나쁜 사람은 공기업으로 내려간다”고 비난했다. 한나라당 강재섭(姜在涉) 원내대표도 “내각과 공기업이 부상병을 치료하는 병원으로 전락했다”고 꼬집었다.

▽호남은 요직 중심?=영남 낙선자 배려는 호남 민심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열린우리당 염동연(廉東淵) 의원이 얼마 전 돌연 상임중앙위원직을 사퇴한 것도 인사 편중에 따른 호남 민심의 악화가 그 배경이 됐다.

염 의원의 사퇴 이후 노 대통령은 정부 요직에 호남 인사를 잇달아 중용하고 있다. 영남 출신인 고영구(高泳耉) 국가정보원장 후임에 호남 출신인 김승규(金昇圭) 법무부 장관을 기용했다.

또 후임 법무장관으로 역시 호남 출신인 열린우리당 천정배(千正培) 의원을 임명했다. 김종빈(金鍾彬) 검찰총장도 호남 출신이다. 이 때문에 법무 장관-검찰총장이 같은 지역 출신이라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영·호남 아니면’=올해 들어 노 대통령이 임명한 차관급 이상 정무직 33명 중에 영·호남 출신이 아닌 인사는 6명에 불과하다. 영남 출신은 15명, 호남 출신은 12명이다. ‘집토끼(호남)도 잡고 산토끼(영남)도 잡겠다’는 노 대통령의 전략이 정무직 인사에도 반영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관가에서는 “전라도나 경상도 출신이 아니면 한자리 차지하기 어렵다”는 푸념까지 나온다.

▽내각은 정치인으로=노 대통령은 ‘정치인 장관’을 선호한다. 정무직인 장관은 실무형이 아니라 정치적 감각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 노 대통령의 소신이다.

이 때문에 22명의 각료 중 10명이 정치인 출신이다. ‘책임 총리’를 통한 내각제적 국정운영을 실험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를 “입법부와 행정부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것으로 삼권분립에 위배된다”고 비판하고 있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열린우리당 소속 17대 총선 낙선자 발탁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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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철호국민고충처리위원장울산시장
*는 지방선거 출마자.

▼측근 기용땐“능력 검증”… 업무 무관땐“동종교배 타파”▼

노무현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부터 논란에 개의치 않고 ‘소신 인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2003년 1월 27일 대구에서 열린 전국 순회 토론회에서 “의견이 다른 사람을 정부 안에 끌어안으라고 하는 조언은 실천하기 매우 어렵다. 그렇게 하면 정부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선 직후인 2002년 12월 26일 민주당 당직자 연찬회에서는 ‘자기 사람’ 기용의 논리를 밝혔다. “선거에 참여하고 열심히 했던 사람들이 정부의 정책과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위치에 가서 일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나를 보좌해 온 참모들은 능력이 검증됐고 역사에 대한 충성심도 갖고 있는 만큼 (기용해도) 뭐라고 하지 말라”는 것이다.

해당 업무와 무관한 일부 인사들의 기용에 대해서는 ‘동종교배 인사 퇴화론’을 내세웠다. 노 대통령은 경제부총리 출신인 열린우리당 김진표(金振杓) 의원을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으로 임명한 데 대해 여론이 좋지 않자 3월 28일 “개방하지 않으면 학문이든 정책이든 동종교배 현상이 일어나 퇴화한다”고 밝혔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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