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난사 쇼크]“敵으로부터 총격”…초기대응 혼란

  • 입력 2005년 6월 21일 03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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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 구분이 불가능합니다.” “적으로부터 총격이 있었습니다.”

19일 경기 연천군의 최전방 감시소초(GP)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났을 당시 해당 GP는 물론 연대, 사단 등 상급부대도 폭발음과 총성이 적에 의한 것인지, 내부 소행인지 정확히 사태 파악을 못해 한동안 혼란을 겪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동민 일병이 수류탄을 터뜨리고 소총을 난사한 시간은 19일 오전 2시 36분경. GP 상황실에서 폭음을 들은 후임 소초장 이모 중위는 곧바로 상황병에게 연대에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 지시를 받은 상황병은 “(폭음이 누구에 의한 것인지) 피아 구분이 불가능합니다”라고 보고했다.

같은 시간, 비무장지대(DMZ) 남방한계선 바로 아래쪽에 설치된 일반전초(GOP)를 순찰 중이던 GOP 중대장도 폭음을 듣고 대대에 비슷한 내용의 상황 보고를 띄웠다.

GOP 중대장에게서 무전 보고를 받은 GOP 대대 오모 중위는 상황 2분 뒤인 오전 2시 38분 GP 상황실로 전화를 걸었으며, GP 상황병은 적의 공격을 받은 것으로 판단해 낮은 목소리로 “적으로부터 총격이 있었다”고 보고했다.

이 보고를 받은 GOP 대대는 오전 2시 39분 연대와 사단으로 “○○GP, 적으로부터 피격”이라고 보고했다. 또 사단은 ‘고속지령대’를 통해 “적의 공격이 있는 것 같은데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겠다”고 상급부대와 합동참모본부에 다시 보고했다. 고속지령대는 사단에서 대대의 보고를 받을 때 합참에도 자동적으로 보고가 되게 하는 군 보고시스템.

보고를 받은 합참은 규정에 따라 전군에 비상조치의 일환으로 대대별 긴급조치반을 소집했으나 긴급조치반이 소집되기 전인 오전 3시경 김 일병이 범행을 자백했다.

군 관계자는 “전쟁에는 사전 징후가 있기 때문에 군이 DMZ에서의 총격 보고를 받고 곧바로 전쟁 발발이라고 판단한 것은 아니었다”며 “그러나 어떤 상황인지 알 수가 없어 긴급조치반을 소집했고 소집 과정 중 북한과는 상관없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조치를 하는 최상위부서는 합참”이라며 “청와대와 국방부 장관에게는 정확한 상황을 파악한 뒤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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