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정태인씨 사표 신속처리]靑, 행담도 꼬리 자르기

  • 입력 2005년 5월 28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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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7일 문정인(文正仁) 대통령자문 동북아시대위원장과 동북아시대위 기획조정실장을 지낸 정태인(鄭泰仁) 대통령국민경제비서관의 사표를 ‘돌연’ 수리한 배경에 궁금증이 일고 있다.

청와대는 하루 전만 해도 문 위원장 등의 행담도 개발사업 개입 논란과 관련해 감사원의 조사 결과가 나온 뒤에 사표 수리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었다. 그런데 하룻밤 사이에 입장을 바꿔 사표를 전격 수리한 것이다. 그 이유가 뭘까.

청와대는 민정수석비서관실의 자체 조사 결과 동북아시대위가 월권행위를 한 점이 너무나 뚜렷하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일각에서는 행담도 개발 의혹 사건에 대한 여론이 급속히 나빠지면서 노 대통령에게까지 그 불똥이 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일종의 ‘꼬리 자르기’가 아니냐는 분석도 한다.

과거에 그랬듯이 “여론의 화살을 맞더라도 ‘희생양 만들기’ 식의 문책인사는 할 수 없다”며 시간 끌기를 하다가는 자칫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할 수 있다는 ‘경고성 건의’가 열린우리당 등에서 제기됐다는 후문이다.

노 대통령의 집권 3년차인 올해 들어 청와대는 교육부총리 인사 파동을 시작으로 이헌재(李憲宰) 경제부총리 사퇴 파동, 러시아 유전개발 투자 의혹, 행담도 개발사업 의혹에 이르기까지 연이은 파동과 게이트에 시달려 왔다.

잠시 회복세를 보이던 대통령의 지지도도 다시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

뭔가 성과를 내기 시작해야 하는 집권 중반기에 겪고 있는 이 같은 위기 연발 상황을 신속하게 타개하지 못하면 현 정부가 추진해온 각종 전략적 정책과제가 안착되기 어렵다는 게 여권 전반의 인식이다.

다른 한편으로 행담도 개발사업 의혹 사건에서 ‘더 이상 나올 게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동북아시대위가 행담도개발㈜을 적극 지원한 게 문제일 뿐 비리 사건은 아니라는 판단이 섰다”며 “이번 관련자 문책으로 사건이 조기 수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호남 지역의 균형발전 차원에서 구상해온 ‘서남해안개발사업’이 행담도 개발사업 의혹과 중첩되면서 유야무야되는 상황을 차단하기 위한 의도도 있는 듯하다.

이와 관련해 김만수(金晩洙)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동북아시대위와 행담도개발㈜이 공동 추진해온 S프로젝트에 대해 “정부의 공식 사업이 아니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서남해안개발사업은 정부의 공식 사업으로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도공의 행담도 투자사업 의혹을 ‘권력형 비리’라고 규정하면서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를 촉구했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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