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국계 증권사 전망]‘北核’…커가는 한국리스크

  • 입력 2005년 5월 12일 17시 34분


코멘트
북한의 핵연료봉 인출 공개로 북핵 문제가 긴박하게 돌아가면서 증권업계가 북핵 변수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직까지 국내 증시는 ‘북핵 이슈’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북핵 문제가 심각한 국면으로 접어들면 한국 증시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커질 전망이다.

▽국내 증권사,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해갈 것”=국내 증권사들은 대체로 북핵 변수의 ‘불확실성’을 우려하면서도 무력 충돌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북핵 문제가 증시에 치명타가 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삼성증권은 이와 관련해 12일 낙관, 중립, 비관 등 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낙관적 시나리오는 협상이 조기 타결되는 것이고, 중립적 시나리오는 북핵문제가 교착상태에 빠지는 상황. 비관적 시나리오는 핵실험 강행 등이 이어져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와 해상 봉쇄, 미국의 국지적인 초정밀공습 등이 이어지는 것.


삼성증권 유승민 연구위원은 “최악의 시나리오는 누구에게도 실익이 없기 때문에 ‘낙관적 해결’이나 ‘교착국면 지속’ 시나리오에 무게를 두고 있다”며 “‘협상’과 ‘대결구도’가 진행되는 동안 증시에 조정이 있다면 저가 매수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화증권도 북핵문제가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민감한 반응은 시기상조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화증권은 “과거에도 북핵 문제가 시장의 다른 변수와 맞물리지 않는 한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작았다는 ‘학습효과’ 때문에 시장이 담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외국인들의 움직임에서도 뚜렷한 변화를 찾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메리츠증권은 핵실험 강행 여부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인도가 핵실험을 단행한 1998년 5월 12일과 다음 날인 13일 이틀 동안 인도 증시는 각각 1.9%, 4.1% 하락했다. 인도 증시는 이후 5개월 동안 30% 하락했다가 반등했다.

메리츠증권 윤세욱 리서치센터장은 “인도와 한국 주식시장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한반도에서 핵실험이 강행된다면 증시에 큰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외국계 증권사들의 잇단 경고=메릴린치증권은 한국시장 보고서에서 주가지수 풋옵션을 매수해 증시 충격에 대비하라고 투자자에게 권유했다. 이는 앞으로 주가가 떨어질 것에 대비해 투자전략을 짜라는 의미.

메릴린치증권 서울지점 이남우 리서치센터장은 “미국과 북한이 적절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위기가 증폭될 것”이라며 “설령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리스크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도 북핵문제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분석했다.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서울지점 유동원 상무는 “이번 북핵 위기는 한국의 수출이 감소하는 등 대외여건이 좋지 않은 시점에 발생해 더욱 상황을 어렵게 하고 있다”며 “앞으로 증시가 크게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클릭하면 큰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공종식 기자 k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