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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4월 27일 19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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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철옹성이나 다름없었던 대구 경북(TK)의 한복판 경북 영천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열린우리당 우세가 종반까지 지속되고 있다. 한나라당이 총력을 기울여 대반전을 시도하고 있지만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야의 총력전=양당 지도부가 27일 영천에 총출동했다. 이날이 5일장이어서 표심(票心)을 가를 마지막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열린우리당 문희상(文喜相) 의장은 이날 하루 종일 장터를 누볐다. 현지에 상주해 온 유시민(柳時敏) 상임중앙위원, 이 지역 출신인 최기문(崔圻文) 전 경찰청장도 출동했다.
문 의장은 “기업도시가 서고 고속도로가 들어오면 영천 개발은 100년 앞당겨질 것”이라며 “정동윤(鄭東允) 후보는 당선되면 즉시 국회 건설교통위원장이 될 것”이라고 지역민들의 개발 기대 심리를 자극했다.
![]()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오른쪽)가 27일 전날에 이어 이틀째 소속 의원들과 함께 경북 영천시장 일대를 누비며 이 지역 재선거에 출마한 정희수 후보의 지원 유세를 했다. 박 대표는 많은 유권자와 악수를 하느라 부은 오른손에 파스를 붙인 채 강행군을 했다. 영천=김경제 기자 |
한나라당도 결사적이었다. 전날 영천에서 하룻밤을 보낸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이날 악수를 하느라 부은 오른손에 파스를 붙인 채 소속 의원 30여 명과 함께 영천시장 일대를 누볐다.
박 대표는 “이번 재선거는 2007년 대통령선거의 예비 선거”라며 “내 얼굴을 봐서라도 이번에 힘을 모아주면 정권을 되찾아 영천 유권자들에게 보답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여당의 지역개발 공약을 겨냥해 “여당의 약속을 다 지키려면 10조 원이 더 든다”며 ‘공약(空約)론’으로 맞받아쳤다.
한편 열린우리당이 이날 당원들과 친여(親與) 성향의 누리꾼(네티즌)들이 참여한 ‘영천 장보기 대번개’ 행사를 열자 한나라당은 “교묘한 신종 매표행위이자 금권선거”라고 비판하는 등 혼탁선거 공방도 벌어졌다.
▽여야의 ‘다걸기’ 배경=열린우리당은 난공불락이었던 TK에 교두보를 확보하는 게 급선무다. 영천에서 승리하면 전국 정당화의 숙원을 푸는 단초를 마련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은 TK에서 단 한 석도 건지지 못했다.
한 고위당직자는 “만약 영천에서 이기면 열린우리당은 소선거구제가 도입된 13대 총선 이후 처음으로 실질적인 전국 정당이 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나라당 지도부로선 영천에서 질 경우 후폭풍이 걱정이다. 특히 박 대표는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TK에서 패배할 경우 리더십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행정도시법 처리 파문 이후 잠복해 있던 당내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도 크다. 반면 영천 승리는 박 대표의 당 장악력 회복의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영천의 승패는 박 대표에게 ‘위기이자 기회’인 셈이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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