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전속 재보선 D-3]與도 野도 “어떻게 돼 가는거야”

  • 입력 2005년 4월 26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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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얘기 하나”26일 경북 영천시 북안면 임포리 범진아파트 앞에서 유권자들이 이 지역 국회의원 및 시장 재·보선에 출마한 한나라당 후보들의 유세를 듣고 있다. 김경제 기자
“무슨 얘기 하나”
26일 경북 영천시 북안면 임포리 범진아파트 앞에서 유권자들이 이 지역 국회의원 및 시장 재·보선에 출마한 한나라당 후보들의 유세를 듣고 있다. 김경제 기자
《4·30 재·보궐선거가 종반에 접어들면서 우열 판세가 수시로 뒤바뀌는 혼전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의 아성인 대구경북(TK)의 한복판 영천에서 열린우리당이 선전하는가 하면, 친여 분위기가 강한 충남 아산에선 열린우리당이 고전하고 있다. 경기 성남 중원도 지역 호남표가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으로 갈리면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 빠졌다. 여기에 돈 봉투 살포 등 막판 변수가 돌출해 선거전을 혼탁하게 하고 있다. 영천과 성남 중원, 두 지역을 집중 점검한다.》

▼충남 아산▼

‘충청권 행정도시’ 건설에 따른 여당 프리미엄이 충남 아산 국회의원 재선거전에서는 예상보다 크게 반영되지 않는 듯하다. 오히려 여당의 갑작스러운 후보 교체의 여파가 선거전의 주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각 당의 공통적인 분석이다.

25일 오후 아산 온양온천역 앞에서 만난 상인 김모(34·여) 씨는 “행정도시는 고사하고 천안보다 아산에서 더 가까운 고속철 역사 이름도 ‘천안-아산역’으로 지었더군요. 할 말이 없네요…”라고 여권에 대한 불만스러운 속내를 드러냈다.

판세도 여당 우세일 것이라는 당초 전망이 빗나가고, 열린우리당 임좌순(任左淳) 후보가 오차 범위 내에서 한나라당 이진구(李珍求) 후보를 추격하는 양상이라는 것이 양 당의 공통된 설명이다.

열린우리당은 선거 막판까지 지도부를 번갈아 집중 투입키로 하는 등 총력전에 나섰다. 26일에는 문희상(文喜相) 의장, 장영달(張永達) 유시민(柳時敏) 상임중앙위원 등 지도부 10여 명이 현지에서 ‘아산 발전을 위한 지도부회의’를 갖고 세를 과시했다.

문 의장은 “행정도시법은 국토 균형 발전을 위한 최고의 꽃”이라며 ‘행정도시’의 불씨를 지피려 애썼다. 이중당적 문제로 낙마했지만 여전히 인지도가 높은 이명수(李明洙) 전 충남부지사도 선거전에 투입해 부동층 공략에 나섰다.

한나라당 이 후보 측은 ‘배신자 심판론’과 ‘부적격론’으로 우위를 굳히려 하고 있다. 이 전 부지사의 자민련 탈당과 얼마 전까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을 지낸 임 후보의 전력을 문제 삼겠다는 것. 이 후보의 측근은 “이 지역에서 6번 출마해 낙선한 데 따른 동정론에다 ‘충절의 고장을 배신자와 부적격자에게 내줄 수 없다’는 논리가 먹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아산 현충사를 성역화한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에 대한 유권자들의 향수에도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다. 이 후보가 배포 중인 홍보지에는 일부 시민단체 회원들이 4·19혁명 기념식장에서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보낸 화환을 훼손한 사진이 실려 있다.

무소속 서용석(徐龍錫) 후보와 자민련 원철희(元喆喜) 후보도 인물론을 내세우며 뛰고 있다.

아산=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성남 중원▼

경기 성남 중원 국회의원 재선거 판세가 갈수록 혼미해지고 있다. 적게는 2명, 많게는 4명의 후보가 5%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 각 당의 판세 분석이다.

선거 초반부터 ‘3강’으로 불렸던 열린우리당 조성준((趙誠俊), 한나라당 신상진(申相珍), 민주노동당 정형주(丁炯周)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최근 더욱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지난 주말부터는 민주당 김강자(金康子) 후보의 약진이 두드러지면서 양상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숨겨둔 딸’ 논란과 25일 적발된 ‘여당 후보를 돕기 위한 돈 봉투 살포 사건’이 지역민의 45% 선으로 추산되는 호남 출신 유권자들의 표심을 출렁이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나라당 후보를 제외한 세 후보가 모두 호남 출신이다.

민주당 측은 “‘DJ 딸’ 논란의 이면에 현 정권의 ‘DJ 죽이기’ 의도가 있다는 호소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며 “이 때문에 민주당에 대한 지지가 급격히 올라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역 내 호남 표심의 미묘한 기류는 열린우리당도 감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열린우리당은 ‘지역 재개발’과 ‘서민 살리기’를 내세울 뿐 민주당에 대해서는 애써 대립각을 세우지 않고 있다. 대(對)민주당 공격이 자칫 호남표를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전병헌(田炳憲) 대변인이 26일 논평에서 “유권자에게 돈 봉투를 줬다는 호남향우회 인사는 ‘다른 당’ 당적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며 애써 민주당을 거명하지 않은 것도 이 같은 판단과 맥이 닿아 있다.

열린우리당은 그 대신 ‘한나라당 후보와의 2강 구도’라는 주장을 전면에 내세워 호남표 분열이 한나라당의 어부지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과 민노당은 ‘3파전’을 강조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민노당 후보의 선전이 범(汎)여권 표를 분산시킬 것을 기대하고 있다. 민노당 측은 “열린우리당이 연루된 ‘돈 봉투 사건’에 실망한 젊은 층과 개혁 성향 유권자들의 표가 민노당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성남=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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