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로 불똥 튄 유전의혹]관련문건 공개

  • 입력 2005년 4월 24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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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러시아 유전 개발 사업 의혹과 관련해 청와대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직접 겨냥해 공세수위를 높였다. NSC가 이 사업에 관여한 ‘정황 증거’가 있으며, 청와대가 사건 보고를 누락하는 등 ‘축소 은폐 의혹’이 있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주장이다.

한나라당 ‘오일게이트’ 진상조사단장인 권영세(權寧世) 의원은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작년에 ‘러시아 석유, 가스 산업동향’ 등 수십 건의 보고서가 주러시아 대사관에서 NSC로 보고 된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NSC가 ‘오일게이트’에 개입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정황 증거”라고 주장하며 배부처가 ‘청NSC’와 ‘청정책’ 등으로 명시된 주러시아 대사관의 작년 5월 31일자 보고문건을 공개했다. 정태익(鄭泰翼) 당시 주러 대사와 이반 말라호프 사할린 주지사의 오찬 면담 내용을 기록한 문건이다. 여기에는 ‘(말라호프 주지사가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면담시) 라브로프 장관은 사할린 개발사업이 (한-러) 정상회담 의제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주지사의 방한 계획에 큰 관심을 표명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이어 그는 “박남춘(朴南春) 당시 대통령국정상황실장(현 대통령 인사제도비서관)이 김세호(金世浩) 당시 철도청장(현 건설교통부 차관)의 보고를 상부로 올리지 않고 덮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은 대학동창이자 행정고시 동기로 잘 아는 사이라는 것.

그는 “박 비서관은 철도청의 사업계약이 파기돼 상부로 보고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이후의 계약금 책임문제 등을 피할 수 없는데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묵살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이정현(李貞鉉)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천호선 현 국정상황실장이 지난달 보고를 또 누락한 것도 심각한 문제”라며 국정상황실장의 해임을 요구했다.

한편 NSC 사무처는 “권 의원이 제시한 문건은 주러시아 대사관에서 외교통상부 본부에 통상적으로 보고하는 외교 전문으로, 수신처가 외교부의 주무부서인 국제경제국을 비롯해 10곳 이상 되는 문건”이라며 “무분별한 정략적 발언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반박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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