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새 對北카드 ‘압박과 회유’

  • 입력 2005년 3월 23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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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박봉주(朴鳳柱) 북한 내각총리를 맞아 ‘압박과 회유’라는 두 가지 카드를 동시에 내밀었다. 6자회담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언론을 통해 여과 없이 전달하는가 하면 북한 경제 활성화를 위한 투자촉진 및 보호협정을 체결하기도 했다.

▽고강도 압박=중국은 박 총리의 방중 일정과 행사 장면을 이례적으로 일부 내외신 방송에 공개했다. 종전엔 모든 일정을 마쳤을 때 양국 언론이 사후 보도하는 게 관례였다. 관영 언론들도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촉구하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발언을 가감 없이 소개했다. 전례 없는 모습이다.

류젠차오(劉建超) 외교부 대변인은 박 총리가 베이징(北京)에 도착한 22일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핵문제로 인한 긴장과 충돌, 전쟁을 원치 않는다”고 논평했다. 매우 직설적인 어법이다.

다분히 의도적인 중국 지도부의 이런 태도는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의 ‘베이징 메시지’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라이스 장관은 베이징을 떠나면서 “6자회담을 언제까지 이런 상태로 끌고 갈 수는 없다”며 ‘다른 선택들’도 있다고 중국을 압박했다.

중국 지도부는 라이스 장관의 방중 결과를 북한 측에 전하면서 북한이 조속한 시일 내에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으면 자신들도 선택의 폭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 것 같다.

▽투자촉진 및 보호협정=중국 지도부는 그러면서도 박 총리에게 투자협정 체결이라는 ‘선물’을 내놨다. 박 총리의 원래 방문 목적도 여기에 있었다.

북-중 투자협정은 중국 자본의 대북 진출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북한은 5월 16∼19일 평양에서 국제무역박람회를 개최해 중국 자본을 대거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북한은 이를 위해 올해 초 투자협정 체결을 위한 물밑 작업을 벌여 왔다.

베이징=황유성 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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