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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3월 22일 19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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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에 대해 책임소재를 따지고 있을 때가 아니다. 현실을 직시할 때다. 정부와 국민은 모두 북한의 핵 보유 선언으로 한반도가 이미 ‘핵지대화’한 사실과 군사안보적 대비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다음의 몇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무엇보다 정부 당국은 북한의 핵 보유 선언을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 선언은 한반도를 ‘핵지대’로 만들고, 안보환경을 ‘핵상황’으로 변질시킨 중대한 사건이다. 따라서 정부 당국은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갖고 있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어 특별히 새로울 것이 없다”거나 “유리한 위치에서 협상하기 위한 협상용이다”는 등의 이상한 논리로 북한 핵개발을 ‘방조’하거나 ‘두둔’하는 듯한 상황평가를 해서는 안 된다.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않는 그 자체가 더 큰 위기다.
둘째, 북한의 핵 보유로 가장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되는 나라는 한국뿐이라는 엄연한 현실을 직시하자는 것이다. 미국 중국 등 다른 강대국들에는 북한의 핵 보유 선언이 무서운 일도, 새로운 일도 아닐 수 있다. 그들에게는 북한 핵능력 자체를 없애 버릴 수 있는 능력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다르다. 지금까지 정부 당국은 북핵 사태의 악화를 예상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면 핵개발을 완전히 포기할 것”이라는 등 근거 없는 억측만을 되풀이해 왔다. 이래서는 안 된다.
셋째, 북한 핵 보유와 관련한 한국의 대비는 기본적으로 한미동맹의 강화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자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북핵 위기는 한미연합 억제 체제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결코 그동안의 잘못된 안보관이나 국방정책의 결과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이 안보체제를 바탕으로 오늘의 발전과 번영을 누리고 있다. 정부와 국민은 이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넷째, 중국의 역할을 과도하게 기대하는 ‘대중(對中) 편향’ 자세를 지양하자는 것이다. 물론 중국과의 협력관계는 중요하다. 그러나 중국의 역할에 대한 지나친 기대 때문에 한미 공조를 소홀히 한다면 이는 큰 잘못이다. 미국과 중국은 서로 ‘전략적 게임’을 벌이는 관계다. 그 게임에 한국이 끼어들어 중국 편에 선다면, 이는 하수 중의 하수일 것이다.
끝으로 오늘의 북핵 위기를 극복함에 있어 감상적 ‘민족공조’ 논리에서 벗어나자는 것이다. 이는 북한의 선택 범위는 극대화해 주고, 우리 측의 선택 범위는 극도로 제약하는 결과를 낳는다. 특히 김정일 정권의 생존전략인 핵 개발이 물질보상이나 외교문서로 상쇄될 것으로 생각한다면 이는 큰 착각이다. 문제는 우리 정부의 대북 인식과 대응 의지다.
박용옥 한림대 국제학대학원 교수·전 국방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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