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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3월 13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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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 출범에 대한 기대=10일 밤 충남도청과 대전시청이 함께 위치한 대전 시내의 한 숯불갈비 집. 30대 후반 직장인 4명이 모여 충청권 신당을 ‘안줏거리’로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금융회사에 다니는 정영길(37) 씨는 “열린우리당이 호남을, 한나라당이 영남을 발전시키는 것처럼 지역 발전을 위해 우리도 신당이 나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주 시내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정모(51) 씨는 대뜸 “야당 의원들은 행정도시법을 반대하며 단식까지 하고 있는데, 여당 의원들은 우리 지역으로 오게 된 행정수도를 온전히 지키지 못했다”며 열린우리당을 공격했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여권이 행정수도 이전을 위해 매진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지역 민심은 뜨악하다. 충청 출신인 열린우리당 한 의원이 “영남과 호남을 제외하면 모두 다 기타”라고 말할 정도로 충청 주민들의 소외감은 상대적으로 높다. 바로 이 대목이 신당이 노리는 ‘틈새’다.
대전에서 만난 충남대 육동일(陸東一) 교수도 “참여정부 인사에서 충청 출신이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상황을 고려할 때 지역 정당에 대한 충청 유권자의 수요를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재·보선 후보 경선에 돌입한 열린우리당에는 긴장감마저 감지된다. 여당 경선 후보자 3명은 공주 시내에 각각 선거사무실을 마련하고 ‘행정도시의 차질 없는 추진’을 강조한 플래카드를 건물 밖으로 내걸었다.
10일 밤 선거사무소에서 만난 이병령(李炳령) 열린우리당 경선 후보는 “여당이 이미 행정도시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데 똑같이 행정도시 추진을 위해 신당을 만든다는 것은 난센스”라고 잘라 말했다.
▽“탄생보다 생명력이 문제”=지역 정치인들은 신당 탄생 자체보다 신당의 지속성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심 지사의 측근인 L 씨는 “우리는 충청지역을 기반으로 한 전국 정당으로 성장해 각종 선거에서 전국 각지에 후보자를 내고 대권에도 도전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변웅전(邊雄田) 정진석(鄭鎭碩) 전 의원과 이명수(李明洙) 건양대 부총장, 박동윤(朴東允) 충남도의회 의장 등이 자민련을 탈당한 것도 신당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전국 지명도가 낮은 심 지사가 2007년 대선에 출마한다면 어느 정도 표를 얻을지, 또 2008년 18대 총선에서 과연 신당이 교섭단체(20석 이상)로 성장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지역 정치평론가로 활동 중인 안재휘(安在輝) 전 한국기자협회장은 “신당 바람은 행정도시 이슈와 맞물려 4월의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에서는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그러나 바람이 계속 이어지려면 더 숙성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당의 성공 조건으로 한나라당 이원종(李元鐘) 충북지사나 손학규(孫鶴圭) 경기지사와의 연대가 거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청년회의소 충남지부 관계자는 “신당이 자민련 세력의 ‘신장개업’에 그치면 희망이 없다”고 말했다.
대전·공주=최호원 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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