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소추 1년]“탄핵처리 소신 변함없다”

  • 입력 2005년 3월 10일 18시 15분



12일로 1주년을 맞는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의 명암(明暗)은 극명하게 갈렸다.

탄핵소추를 주도한 야권 인사들은 대부분 그 역풍 속에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정치권을 떠났다. 반면 탄핵소추에 맞선 여권 인사들은 화려한 정치적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당시 탄핵소추안 강행 처리를 위해 의사봉을 잡았던 박관용(朴寬用) 전 국회의장은 의장 선출 전 ‘이번 임기가 마지막’이라고 약속한 대로 정계를 떠났다. 이후 부산 동아대 석좌교수로 한달에 한두 번씩 출강하는 한편 ‘21세기 국가발전연구원’의 이사장으로 한반도 문제 관련 세미나도 열고 있다.

그는 탄핵소추안 가결 과정의 뒷얘기를 담은 저서를 11일 출간한다. 책 제목은 ‘다시 탄핵이 와도 나는 의사봉을 잡겠다’.

박 전 의장은 10일 “개인적으로 탄핵안 처리가 정당했다는 소신엔 변함이 없다”며 “헌정 사상 초유의 탄핵 사태에 대해 역사적 교훈을 배우지 않고, 아무 말 없이 넘어가려는 것이 유감스러워 책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

최병렬(崔秉烈) 전 한나라당 대표는 지난해 3월 23일 박근혜(朴槿惠) 대표에게 당권을 넘긴 뒤 여의도와 거리를 두고 있다. 최 전 대표는 “요즘 친구들과 자주 만나고 있다”며 당 내 일각에서 나도는 재·보선 출마설을 일축했다.

홍사덕(洪思德) 당시 원내총무는 지난해 17대 총선에서 경기 고양 일산갑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이후 서울 종로4가 개인사무실에서 탈북자 관련 활동 등을 벌이며 조심스럽게 정치활동 재개를 모색 중이다.

지난해 총선 패배 후 정치권과 거리를 둔 조순형(趙舜衡) 전 민주당 대표는 가끔 지인들을 만나고 독서 등으로 소일하고 있다. 조 전 대표는 지난달 15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선친 조병옥(趙炳玉) 선생의 45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최근 대한민국 건국의 정통성과 영광스러운 역사를 왜곡하고 부정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유용태(劉容泰)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해 총선에서 낙선한 뒤 대외활동을 중단했다.

반면 탄핵소추안 가결 시 “의회 쿠데타”라고 울부짖었던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당시 의장과 김근태(金槿泰) 의원은 17대 총선 승리를 이끈 견인차로 부상했다. 이들은 총선 이후 통일부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각각 입각했다.

탄핵 사태의 최대 수혜자는 역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과반 의석을 장악한 원내 1당으로 올라서면서 대통령 직무까지 정지됐던 치욕을 딛고 부활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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