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무실 의사 김현숙씨가 보는 ‘정치권 단식’

  • 입력 2005년 3월 9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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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행위에 대해 코멘트하고 싶지는 않지만 왜 갈수록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는지 모르겠어요.”

지난해 12월 민주노동당 권영길(權永吉) 의원의 단식 농성에 이어 3일부터 단식에 들어가 9일로 7일째를 맞은 한나라당 전재희(全在姬) 의원의 단식을 지켜보는 국회 의무실 소속 내과전문의 김현숙(48·여) 씨는 안타까운 심정을 이렇게 토로했다.

2001년부터 국회에서 근무해 온 김 씨는 “특히 17대 국회 들어 말로는 대화와 타협을 강조하면서도 목숨 건 단식을 정치적 수단으로 택하는 것은 정말이지 의사로서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기력이 떨어져 9일부터는 지지자들과의 면담도 되도록 짧게 하고 있다. 하루에 두 번씩 전 의원을 진찰하는 그는 9일 오후 현재 전 의원의 상태가 심각하지는 않지만 혈당수치가 급격히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엊그제부터 “자꾸 굶으면 에너지가 끊겨 바보가 된다”며 단식 중단을 권했지만 전 의원은 “그런 말 하려면 진찰하지 마라”고 했다는 것. 한 대학병원 전문의까지 불러 단식의 위험성을 설명했지만 전 의원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의원들에게 “이야기로 푸는 정치인이 고수(高手)인 것 같다. 제발 핏대 올리지 말고 조용조용 설득하고 대화하고 살아가도 어려운 인생 아니냐”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김 씨는 “내 말이 의원들의 정치적 판단에 영향을 주고,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거듭된 사진 촬영 요청을 거절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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