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돌린 朴대표…“내홍수습 우선” 당내 공감대

행정도시법 처리를 둘러싼 한나라당 내홍(內訌)이 수습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의 사퇴 이후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당의 인화단결을 강조하며 몸을 낮추자, 이재오(李在五) 김문수(金文洙) 의원 등 반대파도 한발 물러서는 모습이다.

박 대표는 5일 비상대책회의에서 “김 전 원내대표의 용단이 헛되지 않도록 당을 단결시키고 마음을 모으자”고 강조했다.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한 박세일(朴世逸) 전 정책위의장에 대해서는 “사퇴의 뜻만은 접었으면 한다”, 3일부터 국회에서 단식 중인 전재희(全在姬) 의원에 대해서도 “빨리 풀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며 화해의 제스처를 보냈다.

당 내분을 부추긴 ‘빅딜설’을 무책임하게 유포시켰다는 이유로 열린우리당 정세균 원내대표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5억 원의 손해배상소송도 청구키로 했다.

반대파도 “박 대표를 중심으로 당을 수습하자”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박 대표의 낙마로 인한 혼란을 감당할 만한 당 내 세력이 없다’는 현실론도 한 배경이다.

이재오 의원은 기자와 만나 “당 내 혼란에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무총장과 대변인 등) 당직자 전원이 사퇴해 박 대표에게 재신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를 압박하는 듯한 발언이지만 뒤집어보면 그에게 당 분위기 일신의 기회를 주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안상수(安商守) 의원은 6일 성명을 내고 박 대표의 퇴진을 요구했지만 강경여론은 소수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각세우는 반대파▼

하지만 내홍의 불씨는 여전하다. 원내대표 선출 시기만 해도 박근혜 대표는 1주일 내로 후임을 뽑는다는 당헌에 따라 11일 의원총회에서 후임 원내대표를 선출키로 했지만, 반대파는 연기를 요구하고 있다. 안상수 의원은 “반대파가 행정도시법 관련 투쟁을 하는 틈을 타 지도부 입맛에 맞는 원내대표를 뽑으려는 것”이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한편 후임 원내대표 경선은 후보군 간 단일화 여부가 관전 포인트가 될 듯하다.

박 대표와 가까운 후보로는 강재섭(姜在涉) 맹형규(孟亨奎)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강 의원은 5일 맹 의원을 만나 단일화 문제를 논의했고 조만간 다시 회동할 예정. 5선의 강 의원은 원만한 대인 관계 등이 장점이지만, 박 대표와 같은 도시(대구)에 지역구를 두고 있다는 게 걸림돌이다.

반대파에서는 김문수 권철현(權哲賢) 안 의원 등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된다. 행정도시법 반대 투쟁을 주도한 김 의원이 일단 유리해 보이지만, 오래전부터 출마를 검토한 권 의원과 단일화에 실패할 경우 표가 분산될 수도 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