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고노 다로]北核이 ‘日核’ 자극한다

  • 입력 2005년 2월 24일 1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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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핵 보유를 선언했다. 지금까지 이런저런 소문이 끊이지 않았지만 이로써 동북아시아의 지정학적 상황은 일시에 변했다. 이제 우리는 북한 핵에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북한은 한국과 일본, 또는 우리의 중요한 동맹국인 미국과는 정치체제가 전혀 다르다. 북한은 단 한 사람의 독재자가 전권을 쥔 독재국가이다. 그곳에는 민주주의도 기본적 인권도 존재하지 않는다. 국가의 의사 결정 과정은 전혀 공개되지 않고, 감춰진 블랙박스 안에서 중요한 의사 결정이 이뤄진다.

그런 위험한 체제가 가진 핵무기에 우리는 진지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일본은 우선 미국과 미일안보조약을 재확인하는 작업에 들어가고 있다.

북한 핵은 일본 단독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일본은 사상 최강의 동맹국 미국과 항상 공동으로 대처하고 있다. 미국이 검토하고 있는 해외 주둔 미군 재배치 프로그램 속에서 일본은 지금까지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전략적 동맹관계를 강화하려 하고 있다.

일본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기 전에 발사대를 공격할 수 있는 장거리 공격 능력을 보유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일본 정부도 일본을 공격하려는 적국의 미사일을 자위대가 발사 전에 섬멸하는 것은 헌법상으로 인정된다는 해석에 이의를 달지 않는다.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거나 미국으로부터 구입하고 장거리 폭격기를 확보해야 한다는 계획은 이미 여당인 자민당 내에서 추진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연구하고 있는 미사일방어(MD) 체계는 속속 실전 배치를 향해 나아갈 것이다.

MD 체계는 기술적으로 아직 완성 단계라고 할 수는 없다. 또 배치에는 엄청난 예산이 필요할 것이다.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하지만 북한이 핵 보유를 선언한 지금 일본으로서는 MD 체계 외의 다른 대안은 없을 것이다.

또 하나 북한의 핵무기 보유 선언은 일본 정부가 오랫동안 못 본 체해 온 것을 이제는 당당하고 확실하게 보도록 만들어 주었다. 그것은 일본의 핵전략이다.

필자 개인의 생각으로는 일본의 핵무장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반드시 핵으로 무장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이웃 독재국가가 핵무장을 시작한 이상 일본 국민을 지키기 위해 어떤 방안이 있을까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되면 핵무장이란 선택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일본인들이 늘어날 수 있다(물론 어떤 답이 나와도 최후에는 핵무장 방안을 버리겠지만).

일본 정부는 최근 8년간 일본의 핵전략, 즉 핵무기 위협으로부터 일본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 하는 질문에 대해 한마디로 ‘미국의 핵우산’이라고 답해 왔다. 하지만 지금 일본 국민은 그 우산이 부서진 것은 아닌지, 더 젖지 않는 우산은 없는지, 아예 비를 내리지 못하게 하는 수는 없는지, 젖더라도 괜찮은 방법은 없는지 등등에 대해 궁금해 하고 있다.

물론 일본이 핵전략을 강구할 때 한국과 중국을 무시하고서는 불가능하다. 일본의 핵전략은 곧 동북아에서의 핵전략으로 한국과 중국의 핵전략과 밀접하게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한국 중국 일본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전략적으로 밀접하게 공동보조를 취하며 북한에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고노 다로 일본 중의원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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