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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2월 18일 17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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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 대사의 발언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위해 미국을 포함한 다른 5개국이 외교적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데 무게가 실려 있지만 “꼭 6자회담이 성공을 거둘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한 것은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미국, 6자회담 실패에 대비하나=힐 대사는 취임 후 처음이었던 지난해 9월 22일 한미협회 초청강연에서 6자회담이 쉬운 일은 아니라면서도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힐 대사는 그 후에도 6자회담에 대해 낙관적 전망을 계속했다. 회담 참가국들이 한반도 비핵화라는 공통의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 근거였다.
그런 힐 대사가 18일 6자회담이 실패해도 미국의 책임이 아니라고 밝힌 것은 6자회담 재개 노력이 실패할 경우 미국이 북핵 문제의 해결을 위한 다른 대안을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을 불러일으킨다.
힐 대사는 “회담이 실패하더라도 5개국 간 파트너십은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며 북한을 제외한 5개국 공조의 틀을 구축하는 것이 미국의 목표임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특히 6자회담이 실패해도 미국이 에너지를 충분히 쏟지 않았거나 창의적 사고가 없기 때문은 아니라고 밝혀 회담이 실패할 경우 그 책임이 북한에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미의 미묘한 시각차=한미는 현 단계에선 북한이 6자회담에 돌아오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데 공동 인식을 갖고 있지만 중국의 역할과 앞으로 6자회담이 재개될 경우 이를 어떻게 끌어갈 것인지에 대해선 다소 생각이 다른 것 같다.
힐 대사는 “6자회담 참가국은 (북한에 대해) 동일한 행동을 할 필요는 없지만 조율된 행동을 해야 한다”며 “중국도 특별한 대북 관계를 이용해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장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 외교통상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중국의 대북 경제 관계를 5자 간 (대북) 조율의 맥락에 넣어서 생각하는 것은 아직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북한과 중국의 특수한 관계를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이다.
정부의 다른 당국자는 송민순(宋旻淳) 외교부 차관보의 17일 방중 결과를 설명하면서 “중국은 ‘북한이 6자회담에 나와서 얘기해야 한다’는 점과 ‘가능하다면 회담의 사전 분위기가 긍정적으로 조성되는 게 좋다’는 점을 모두 감안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정부가 중국의 입을 빌려 미국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대북 접근을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 6자회담 관련 힐 주한 미국대사 발언록 | ||
| 일시 | 장소 | 발언 내용 |
| 2004.9.22. | 한미협회 초청 기조연설 | 쉬운 일은 아니지만 북한을 제외한 5개국이 한반도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있어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
| 2004.9.24. | 국방연구원 초청연설 | 6자회담은 매우 어려운 프로세스이며 큰 좌절의 순간이 있을 수 있지만 성공할 것으로 낙관한다 |
| 2004.10.25. | 민화협 초청 특강 | 미국은 6자회담을 통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펼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
| 2004.11.1. | 고려대 특강 | 6자회담이 무척이나 힘들겠지만 노력을 해야 하고 반드시 성공으로 이끌어야 한다 |
| 2005.2.18. | 고려대 언론인교우회 초청 간담회 | 6자회담이 꼭 성공을 거둘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美 “6자회담 꼭 성공할순 없다” ▼
6자회담의 미국 측 수석대표를 겸하고 있는 크리스토퍼 힐 주한 미국대사는 18일 “6자회담이 꼭 성공을 거둘 수는 없다”며 “북한이 핵을 추구하면 막다른 골목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힐 대사는 이날 오전 고려대 언론인교우회 주최로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조찬간담회에서 “만일 6자회담이 성공하지 못한다면 미국이 에너지를 충분히 쏟지 않았거나 창의적 사고가 없기 때문은 아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17일 중국을 방문해 중국 측과 북핵 문제를 논의하고 돌아왔다.
힐 대사는 “중국 방문 기간 중 중국 측 인사들과 북한이 6자회담에 돌아와야 한다는 데 완전한 의견의 일치를 봤고 중국 당국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미국은 외교적 방법으로 북핵을 해결하려는 굳은 의지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6자회담에 돌아오는 것은 출발점이지 종결점이 아니다. 대화 복귀에 대해 보상하지 않겠다는 뜻은 확고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17일 북한의 핵무기 보유 선언에 따른 대응책을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우방 및 동맹국들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이날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국방부 정보로는 북한에 핵무기가 얼마나 있느냐”는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의 질문에 “북한의 핵능력이 무엇인지 세계가 모르는 것이 많다”고 답변했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워싱턴=권순택 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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